올해 초 였을거다. 중학교 부터 지금의 대학에 이르기까지 10년이나 같은 학교를 다니는, 동창인 체육과 친구를 만났다. 그렇게 친하다고 하는 관계는 아니지만 이러한 10년지기 동문도 인연이면 큰 인연이다 싶으니까. 단 둘이 밥 먹은 것도 아마 교대입학하고 처음일거다. 식당에 앉아 밥 나오기를 기다리며 나는 교대에 관한 기존의 불만을 늘어 놓았다. 이 불만도 예전에 비하면, 또 얘가 학교생활에 엄청나게 적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정말 많이 줄이고 완화하여 말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내 얘기를 듣고는 많이 놀라는 눈치였다. 중·고등학교 때는 안 그랬다며 내가 비관론자(Pessimist)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내가 만약 네 선배였다면, 나는 너를 XX게 패고도 남았을거다."

  이런 말에 나는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는 했다. 이제 교대인생도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되짚어보건대, 후배가 그런 행동을 보였다면, 선배로서는 짜증날만도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교대생 다 같이 살겠다고 벌이는 투쟁에 되는 족족 뭐라 지껄이지 않나, 뭐 행사하겠다고 돈을 걷는다는데 태클을 걸지 않나, 행사는 제대로 나오냐, 선배한테 싹싹 거리기라도 하나.. 뭐 나는 선배들하고 제대로 말을 터 본적도 없으니까 말 다했지. 실제로 바로 윗 학번 집행부는 (학년 초에 잠깐) 나를 못 잡아 먹었다. 그 당시 선배들이 오해해서 과도한 반응을 보였고, 또 선배들이 한 행동들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도 후배로서 뭐 딱히 잘 한건 없는것 또한 사실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되먹지 못했'을 게다.

  "음.. 그래, 선배한테 잘 하지 못했으니.. 후배한테라도 잘 해볼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건 생각일 뿐이었다. 학년 초에 12미팅이나 13미팅에 나가기는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그 이후로도 행사는 제대로 나가지 않았고, 설령 나갔다 한들 말도 안 걸었다. 적극적으로 나서 친하게 지내려는 후배도 있었지만, 오히려 내가 사양한 꼴이다. 밥도 제대로 안 사주었고, 그냥 만나기 불편한 선배일 뿐이다. 정말 되먹지 못했다.

  내가 만약 다시 1학년으로 되돌아 가서, 선배한테 싹싹하고, 후배에게 친근하게 대했다면, 지금의 내 교대생활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과 대항 체육대회에 열을 올렸을까? 윤리과에게 축구에서 패했다고 씩씩거리는 체육과 친구에게 약오르냐고 되물었을까? 아니면 선후배간의 친목모임에 즐겁게 참여했을까? 아마 그랬다면 교대생활은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 지내온 시간들과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에 와서 후회하지 않는다. 비록 (내 동생 표현으로)지잡교대생이라도, 교대는 정말 싫었다는 의시표시를 하고 싶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단호하지 않더라도 거절의 의사 표시를 하고 싶은, 내 알량한 자존심과 '되먹지 못한'사람과 어울리다 후배도 같은 꼴 될까 두려워한 선배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RM Project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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