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지 한 달이 되었다.

 

나 일·이등병 때 선임들이 군 생활이 편해서 전역 후 사회에서 잘 적응 못한다고 걱정들을 하기에 '나는 안 그러겠지…….' 했다. 선임들은 나이가 어려 그런 거고 나는 나이가 좀 있는데다 그 전에 자리를 잡아놨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무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전역 두 달 전부터 복직원 내고, 새 학년 환영회에 참석하고, 전역한 그 날 오후에 학교에 출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적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역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땐, 바로 사회에 복귀했으니 수업의 맥을 잡고 내 업무 파악하느라 어안이 벙벙했지만 바로 입대 전에 있던 학교로 복직해 마치 군대는 꿈이었던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적응을 하고 있어서 내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절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걱정했던 선임들처럼 어딘가 모르게 적응을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게 보인다.

 

최근에 우리 어머니께서도 나를 보시고는, "군대 가기 전의 총명함이 좀 사라진 거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요즘 대학교 때의 청순함(?)과 신규교사시절의 또랑또랑한, 풋내기같은 모습은 사라진 것 같다. 학교도 맹~하게 다닌다.

 

뭔가 뚜렷한 목표가 없어서 그런 듯하다. (전담이라 그럴 수 있겠지만)수업에 대한 열정이 예전 같지 않고, 학문에 대한 호기심도 예전만 못하고, 그리고 그 무엇보다 전역 후의 진로(선생님 되었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니깐..!)가 안개 속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군대에서 아무 생각 안하고 멍하게 산게 21개월이 넘으니...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따뜻한 봄날에.. 내 옆이 허전하다는 것도..^^)

 

나를 맹하게 만든 군생활이 원망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성급히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조금씩 게으르지 않게 내 소박한 철학과 인생의 진로를 천천히 잡아가야지 싶다. 그래도 군 생활에서 얻은 건 마음 속의 여유를 찾는 법이니깐.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거다!!) 대학원도 천천히 생각해보고, 공부도 천천히 시작해보고, 승진? 그건 아직 개나 줘버려도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여유로운 직업이 선생님이라는 게 참 다행이지 싶다. 전역한지 한 달 밖에 안되었으니 성급하지 말자!! 조금만 더 즐기다 자리 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