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날, 올해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오선생과 아쉬운 마음에 식사라도 같이 하기로 했다. 시간이 좀 일러 오선생 자취방에서 쉬고 있는데 대뜸 오선생이 애들이 보고 싶다고 칭얼댔다. 제자들을 방학 동안 못 보게 되니 섭섭하다고 했다. 말 안 듣는 애들 당분간 안 보게 되어 해방이라고만 생각했지, 제자들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이 올라오진 않았다.

 

  그러다 집에서 쉬며 베테랑 선생님께서 교직에 첫발을 내딛는 분들에게 전하는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은 당신에게’라는 책을 읽으니, 문득 방학식 날 오선생의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나도 첫 발령 받은 지는 꽤 됐지만 아직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냥 애들 앞에서 무덤덤한 선생님이 된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많은 아이들과 부딪히면서 감정적으로 벌써 지쳐버린 걸까?

 

  중고등학생들이 교사에게 덤비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선생님에게 함부로 한다던가 말대꾸하는 초등 고학년 애들도 꽤 있다. 그럴 때 마다 교사 누구나 겪듯, 순간 올라오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때가 있다. 때문에 학기 초에 가지던 다짐을 실천하다가도 학기 중·후반으로 가면 어느 새 소리 지르고 윽박지르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만큼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렇게 제자들과의 관계가 힘든 새내기 선생님들에게 26년차 안준철 선생님은 자신의 방법을 털어 놓았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학생들에게 자신이 잘못한 점을 먼저 사과하는 것이다. 자신을 먼저 내려놓음으로 학생들에게 겉으로가 아닌 진심으로 다가가려 하는 것이다.

 

  이는 나도 평소에 많이 했던 생각이다. 혼내기 전에 혹은 혼을 내고 나서 내가 제자에게 지녔던 감정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고, 제자들에게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다가가고자 많은 노력도 하였다. 그럴 때 대부분 제자들은 선생님의 진심을 알고, 수용한다. 진심이 통하면 강압적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선생님을 따르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이는 최근 종영한 《여왕의 교실》 마여진 선생님(고현정 분)에게도 드러난다. 겉으로는 학생들을 모질게 대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그 누구보다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지만, 오히려 그 감정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제자들은 결국 스승의 사랑을 깨닫고 그 마음에 감동하지 않던가?

 

  또 교사의 평정심은 분노뿐만이 아니라 애정에 있어서도 발휘되어야 하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것 같이 제자의 품성과 모범적인 모습에 ‘반했다’가 갑자기 반항을 하거나 못된 모습을 보였을 때 실망을 하고 그 배신감에 손을 아예 놓아버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교사로서 잘못된 사랑이라는 점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제자들을 그냥 사랑의 감정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안준철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 되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임을 교사가 인정하고 그 점에 있어 이해해주고 또 지도해주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을 ‘숙련된 감정’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야 정말 전문가로서의 교사의 모습이 아닐까?

 

  나도 아이들과 소통하는 게 좋고, 또 즐거울 때도 많다. 하지만 ‘잘 해야겠다’는 생각에 제자들에게 정작 중요한 걸 많이 놓치는 것도 모르고 앞에 놓인 일이 당장 실패했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감정이 상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한 걸음 물러서서, 조심스럽게 다가가 제자들을 어루만지며 나와 제자들 모두 행복한 그런 학교 생활을 만들어가고 싶다. 나도 오선생처럼 우리 제자들이 보고 싶어진다.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저자
안준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5-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교실 붕괴 속 대드는 아이들 때문에 ‘멘붕’ 되는 선생님들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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