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

喜噫希 2014.06.08 23:57

 

  날이 더워져 밤에도 창문을 열어 놓을 때가 되었다. 해가 넘어 밤에도 처음 창문을 열 때 즈음이면, 창문 너머 밤꽃향기가 슬며시 들어온다. 비린내 같아 싫어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그래도 꽃 향기인지라 들어오는 향은 나에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밤꽃 향기가 나면 되레 상쾌한 느낌과 함께 되레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기분이 든다. 4년 전 오늘, 군 입대를 한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군 입대 할 때의 긴장이 살아나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보다는 오히려 군에서 겪었던 소중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군 입대 전까지 내가 겪어온 세상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느껴왔지만, 군대라는 새롭고 낯선, 군대에 들어가는 나에게 주위 사람들이 걱정하듯 ‘절망적일 수 있는’ 곳에서 배운 것들은 어찌 보면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걸 배웠다. 내가 살았던 세상과 공간은 너무나 좁았고, 좀 더 넓은 식견과 아량을 살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하나는 사명감으로 군인의 길을 선택하신 분들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 것이다. 대기업에서 많은 봉급을 받으며 살 수 있는 길을 모두 다 제치고 군인의 길을 선택하신 분도 계신다. 남들은 피하려고 안달이 난 군인을 자청해서 들어와 나라를 지키고 싶고, 또 참된 군인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스스로 살피시고 그 길을 지키려 애쓰셨다. 늦게 까지 야근을 하며, 또 틈나는 대로 그 분들께서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들이 아직까지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군인에 대한 사명감으로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나라를 지키시는 마음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교사도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하고 싶어서 그저 애들하고 어울리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그냥 그런 마음으로 교직을 택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마음가짐은 선생님을 하게 되는 원동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그냥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뿐이다. 내게 주어진 업무, 활동이 애들과 만나서 즐겁더라도 어린이들이 학업과 관련하였을 때 정말 의미 있는 활동이 될 수 있는지, 또 이 활동을 통해서 다른 어린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지, 어린이들이 참 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내가 맡고 있는 육상업무로 인해 요즘 아침마다 훈련을 하는데 이 훈련이 어린이들과 아침 일찍 만나 뛰어 다녀서 즐거운 걸 넘어서, 이 훈련이 어린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내가 이 훈련을 함으로써 내가 담임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어떤 피해가 갈지, 춘천시 육상대회에서 단순히 입상만 하기 위해 아침에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아침에 체력이 향상되는 것 말고 다른 교육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다. 똑같은 활동이라도 교사가 그러한 고민과 성찰을 겪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러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가진 소박한 철학이 곧 교사가 지녀야 할 사명감이라 생각한다.


  평생 교직사회에서 갇혀 살게 되어 편협한 시각과 생각에 사로잡히기 전에 군 생활을 경험한 건 인생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나라를 위해 충성하는 분들을 덕분에 안심하고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듯이 사명감을 가진 선생님들을 통해 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정말 ‘사람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인도해줄 수 있어야 한다. 5일간의 긴 연휴를 끝내는 날, 그리고 군 입대를 한지 꼭 4년이 된 오늘. 다시 한 번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며 교사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내일부터 다시 초심으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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