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 발을 들여놓은 지 이제 6년에 접어들지만, 실제 군 복무로 한 4년 남짓 교단에 서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해 나갈 수업시간이 더 많지만, 그래도 수업을 한 시간을 생각해보면 3000시간 이상은 하지 않았을까 한다. 3000시간이면 정말 적지 않은 시간들인데, 나는 어떻게 수업을 해 나갔을까? 단순히 학생들에게 해 보게 하고, 알려주는 것에 있어서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렸을까? ‘수업 연구’랍시고 다른 이들 앞에서 보여주는 수업에는 정녕 주인공인 학생들은 존재했던 걸까?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수업이 밀리고, 또 학생이 안 따라줘 버겁다며 그냥 넘어가버리는 등 정작 교사가 제일 고민하고 신경 써야 할 수업은 이런 저런 이유로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공개 수업 때에도 진지한 성찰이 없이 겉핥기 식으로 해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수업보다 업무를 중요시하고, 수업을 평가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분위기로 인해 서로 간의 수업에 대해서 살펴보려 하지 않는 모습이 큰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한대로, 이러한 분위기 탓으로만 돌린다면 교사 스스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먼저 수업을 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어 볼 것을 주문한다. 평가의 관점이 아니라 마치 예술 작품을 보듯이 ‘비평적인 관점’에서, 또 ‘학생의 배움의 관점’에서, 마지막으로 ‘교사의 내면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잘 하는 수업’은 수업 내용과 교사의 성향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생의 성향, 분위기 등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다양한 방법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교사가 잘못한 부분은 몰라서가 아니라 나름의 속사정이 있고, 이를 감싸줌으로써 교사가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매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수업을 살피는 모습 뿐만이 아니라 저자는 수업 안으로 깊이 파고 든다. 수업 속의 신념, 수업 속의 관계, 수업 속의 대화, 수업 속의 내용을 하나하나씩 살펴보면서 수업을 성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내 수업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어떠한 삶을 살수 있도록 안내해 줄 것인지, 진정한 ‘배움’을 통해 학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 등 수업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정말 교사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떠벌리는 앵무새가 될 것인가, 아니면 삶을 설계하고 안내할 수 있는 스승이 되는가는 교사 자신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래와 같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수업의 정체성을 새겨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내가 생각하는 좋은 수업이란 무엇인가?”
●  “어떤 수업을 하고 싶은가?”
●  “어떤 수업이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하는가?”
●  “어떤 배움을 만들고 싶은가?”

   수업 속의 관계에서도 성찰하고자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을 일관성 있게 대하고 있는지, 수업에 있어서 허용할 것과 통제할 것에 대해 경계를 세우고 있는지, 학생들과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보는 신규 혹은 후배 선생님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고,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하고’ 이런 식의 상황에 따른 대처 기술만을 익히려 할 뿐 ‘왜 경계를 세워야 하는지, 왜 존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묻지 않는다.

  학생들과 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절한 경계를 세워야 하는데, 경계를 세우다 보면 학생들은 일시적으로 교사를 멀리하게 마련이다. (중략) 하지만 ‘경계’에 대한 철학이 세워진 교사라면, 학생이 경계를 세웠던 목적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무작정 친절을 베풀어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지 않는다. 상황이 불편하더라도 참고 기다리며 학생들을 납득시킨다.  - 108쪽.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대로 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더 나은 수업을 위한 고민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분도 있었다. 저자는 “가르침과 배움은 함께 가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은 수업이 아니라 말하고 있다. 교사 혼자 말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대화에 참여할 여백을 주며 소통할 수 있는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업 속에서 학생들의 생각이 잘 연결될 수 있고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들어주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남이 사용한 좋은 수업 자료에 의존하고자 하는 교사에게도 일침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업 자료에 의존하게 되면 수업 기획가로서의 교사는 사라진다고 하며, ‘이것이 과연 진정한 교사의 모습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교과서를 벗어난 수업 내용을 새로이 기획하여 의미, 의문, 논리, 성찰, 창의, 위계가 있는 내용을 통해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재구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동료교사와 함께 수업을 나누며 새로운 수업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 책은 자칫 슬럼프 또는 나태함에 빠질 수 있는 시기에 자신을 깨우칠 수 있는 적당한 책인 것 같다. 신규 선생님이 읽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회의가 들 때 즈음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 동안 학급운영의 철학을 나름 세워왔지만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했다. 이 책을 당분간 옆에 두고서 나의 수업에 대한 큰 틀의 맥이 닿을 때까지 마치 사전처럼 참고하며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두고 싶다.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저자
김태현 지음
출판사
좋은교사 | 2012-08-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언제부턴가 학교는 혼돈 속에 빠져 있다. 달라진 학생들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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