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이들은 사교육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거."

요즘 듣는 대학원 교육사회학 강사가 한 말이다.
토론시간에 내가 손을 들고,
'사교육의 팽창으로 인한 공교육의 폐해도 문제이지만, 부모의 돌봄조차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하는 게, 지금 공교육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라는 말의 답변이었다.

...

한 두 번도 아니고, 거의 매주 강사가 반복하는 이 한 마디는, 공교육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서러울 뿐만 아니라, 공교육에 몸 담고 싶어하는 수강생들에게도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 사교육이 팽창하고 있다는 논리에는, 공교육이 사교육의 모습을 따라해야 한다는 저변이 깔려있다. 1:1 개인지도가 가능하고, 수업에 대해 더 질이 높고, 성적 좋은 학생들에게 잘 맞춰준다고 주장하면서, 공교육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교육이 사교육을 쫓아야 한다는 이 논리는 결국 기득권자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에 맞춰 순응하고 쫓아가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공교육의 역할은, 사교육의 그것과 분명 달라야 한다. 성적이 비슷한 애들끼리 묶어놓고 가르치는 사교육과는 달리, 공교육은 성적과 관계없이 다양한 성격의 학생들이 한데 어우러져 생활하는 공간이다. 이들이 커서 사회에 나갈 때,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학원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어느 환경이 사회와 더 유사할까? 아마 전자일 것이다. 공교육의 역할은, 공부를 잘 하든 못하든 사회 구성원들끼리 '한데 어우러져' 나만 챙기지 않고, 남을 버리지 않으며 서로 같이 가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인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교육에서는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리고 '사교육의 선생님을 존경'하는 학생은 정말 남과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인성을 가지고 있을까? 요즘 다큐멘터리나 TV를 보면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의 말에선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교육사회학을 강의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비난해서는 안되겠지만, 적어도 현재 사교육이 비대해진 사회 구조, 기득권의 논리에 허우적 대기만 하는 서민들, 공교육 교사들이 처하고 있는 엄청난 잡무 등의 모습을 성찰하지 못한 채, 공교육 선생님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치부해버리는 생각은 정말 위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시간선택제 교사도 '유연성'을 근거로 찬성하고, 평가권을 학교에서 다른 곳으로 넘겨야 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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