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나온 지는 꽤 오래되었다. 내가 고등학생 말 무렵에 나와서 한창 인기가 있던 책으로 기억한다. 책이 두꺼워 읽고 싶었지만 읽을 기회를 얻지 못하다. '전략 독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책을 빌려 읽게 되었다. 메르스 여파가 있던 기간이라 어린이들이 학교에 못 나오는 틈에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중국 역사 순으로 살필만한 고전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면서 우리 현대 한국사회의 모습에 투영하며 이를 조명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각 장마다 주제가 다 다른 것 같지만 결국에 이야기하는 요지는 정해진 듯 하다. 인상 깊었던 부분 중 중요하다 생각하는 부분은 나중에 따로 연관지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좋겠고, 여기서는 한 두가지의 인상 깊었던 점과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혹은 내가 전체 맥락으로 받아들인) 요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효율성과 소비문화의 반성

  과학기술은 점점 갈 수록 인간에게 편리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노트북의 역사와 관련된 글을 보았는데, 최초의 노트북은 IBM에서 나온 25kg의 노트북이라고 한다. 요즘은 그 보다 몇 천만 배 이상 되는 속도와 용량에 버금가는 노트북은 무게가 1kg도 채 되지 않는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강원도의 구불구불한 도로들은 (소양호를 끼고 양구 가는 길은 정말 유명했다.) 수 많은 터널과 다리를 만들어 거의 일자로 쭉쭉 뻗어 나가 빠른 속도로 목적지까지 도달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편리성과 속도 경쟁을 통해 경제를 무던히 성장시킨 우리나라는 '경제를 살리자'는 미명아래, 소비를 늘리기 위한 여러 정책들(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한 주택 마련 대출을 완화하는 것 등)을 만든다.

  저자는 서경의 <무일>편을 소개하면서, 효율을 추구하고 소비를 미덕으로 보는 문화를 반성하는 시금석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 아래의 예를 든다.

   노르웨이의 어부들은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저장하는 탱크 속에 반드시 천적인 메기를 넣는 것이 관습이라고 합니다. 천적을 만난 불편함이 정어리를 살아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무일」편을 통해 불편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씹어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75쪽


  불편함이 우리의 정신을 깨어있게 하는 깨달음이 없고, 살아가는 것이 불편한 것이고, 살아가는 것이 곧 상처를 받는 것인데, 그러한 불편함을 피하려고만 하는 젊은 세대들의 세태를 안타까워 하고 있다. 아직 젊은 나이인 나 뿐만 아니라 내가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도 노르웨이 어부들의 이야기를 빌미로 '불편함'이 가지는 성찰을 알려주고 싶다.   

  "극좌와 극우는 통한다."  

  최근 TV에서 극좌성향과 중도성향, 극우성향의 논객들을 불러 토론을 하게 하고, 그들의 뇌파를 측정하는 실험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극좌성향과 극우성향들은 뇌파가 거의 같은 패턴을 보였다고 한다. 상대가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발언을 하면, 이성을 관장하는 부분보다 먼저 감정을 관장하는 뇌 부분에서 먼저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말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몸에서는 감정적인 반응을 먼저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결국은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이다. '제국주의적 패권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근본적 구성 원리에 있어 상통하는 구조' 말하며 새로운 문명에서는 이런 논리와 결별하는 것 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시작 아닐까 생각한다.     

  욕심을 버리면 세계가 보인다    

  시경부터 시작하여, 서경, 논어, 맹자, 법가사상 등으로 이루어지는 신영복의 강의는 하나하나 세세히 이해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 방대한 양을 저자가 간추려서 강의한 것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중국 고전에 대한 이해가 그리 녹녹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중국 고전들을 살피며 우리 사회를 투영하는데 그 공통점으로 추측건대, 우리 사회가 욕심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IMF사태의 원인을 진단하는 것 부터 무엇이든지 빨리 쟁취하고자 하는 문화, 시대의 분위기, 전쟁을 불사하는 세태까지 언급한다. 그러한 현 세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을 이어간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빨리 빨리 무언가를 사고 싶은 문화,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는 게으른 문화, 나의 허영된 욕망을 채우기 위한 소비, 나의 세력을 더 넓히고 싶은 전쟁. 결국 이런 모든 현상은 욕심에 귀인하는 게 아닐까?  저자는 이러한 욕심을 자제하고 없애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욕심이 없으면 겸손하고 지혜가 밝아진다. 그렇게 자신을 정화하면, 그리고 그러한 사람이 '군주'가 되면 백성들은 절로 편안해 질 수 있다는 수 많은 중국 현자들의 말 속에서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을 우리 현대인들이 되뇌이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 같다.

   사실 어려운 부분이 많아 다시 한 번 정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현재의 나의 삶을 확인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됨은 분명한 듯 하다.

강의
국내도서
저자 : 신영복
출판 : 돌베개 200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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