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엘 튜더,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최근 새누리당의 심학봉 의원이 성추행 파문으로 탈당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이제 큰 충격을 받는 것 같지 않습니다. 새정치연합 의원의 뇌물수수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그렇지.' '어디 한두 번 그러는 일이야?'

 시민들은 으레 정치인들은 으레 그렇다는 듯 콧방귀를 뀝니다. 우리는 너무나 정치인들의 절망적인 태도에 익숙해 있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어린이들 다루듯' 재래시장에 가서 국밥이나 한 그릇 시원하게 먹고, 어떻게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 약속을 하고, 선거가 끝나면 도대체 그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제 손석희 앵커는 <뉴스룸-앵커 브리핑>에서 언급했듯 정치인들, 아니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대통령은 '윗분'이 국민에게 '하사'하듯이, '위로부터의, 아래로부터의'라는 표현 속에는 국민은 '아래', 권력을 쥔 자는 '위'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국민'을 외치던 정치인들도 끝나면 위에서 군림하나 봅니다.

  한국에 오랫동안 거주한, 더 나아가 기자생활을 했던 외국인의 눈에도 이러한 모습은 아니었나 봅니다. 다니엘 튜더라는 영국인이 쓴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이라는 책에는 그러한 우리 정치의 현실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보수-진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새누리당이 그나마 정치적인 전략이 뛰어나다고 말합니다. 새누리당은 선거가 오면, 자신들이 프레임을 잘 만듭니다. 이를 위해서라면 진보적인 정책도 공약으로 내겁니다. (물론 그 공약은 뒤에 없었던 것이 됩니다.) 그렇게 50%가 넘는 사람들이 새누리당에게 표를 찍어주면 다시 집권합니다. 

  그럼 지금 야당은 여당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에 저자는 뉴스룸 인터뷰에서도 '한국은 일당체제 인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듯, 전혀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더 나아가 진보세력의 행동도 너무 편협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저자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권에 완전히 반대하는 언론을 그냥 내 비려 둔다. 어차피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네들끼리 떠들고 말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 부분에 약간 놀랐지만 공감이 갔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이나 전교조의 무노조 통보 등 정부가 직접 개입하려 하는 게 유독 많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반대되는 모든 세력을 그러한 방법으로 없애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게 뻔하고, 전 세계에서도 좋은 인상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보세력이 무조건 정부 정책에 반대, 비판만 한다면 진보세력은 성장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정말 효과적인 정부 비판 언론이 되려면 진보적이되 합리적인 관점에서 때로는 정부를 칭찬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한 건강, 생활, 음식 같은 주제처럼 비정치적인 '소프트'한 내용도 보강해야 한다. 지적이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미디어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싫더라도 분명 잘하는 점은 진보언론이라도 칭찬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한국이 신뢰가 없는 사회라는 점을 지적한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좌파·우파라 할 수 없는, 정치적인 대립이 극심한 두 세력이 대립과 갈등을 반목했습니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와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잘 믿지 않는 '저신뢰 사회'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신뢰가 떨어진 사회에서는 '음모론'이 고개를 듭니다. '천안함 사건도 선거를 위해 조작한 것이다.', '유병언은 어딘가에 살아 있는데 죽었다고 한다.' 등 확실하지 않은 추측이 확신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책 표지에는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저자는 분명 다른 어떤 한국인들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괜히 "한국에 대해서 너무 잘 아시네요.", "한국에 대해서 몰라도 아직 한참 모르네."라는 한국인들의 정 반대의 반응을 소개하지는 않았으리라 봅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논한다고 무시하고 넘어갈 일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정치의 모습은 평범한 다수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젊은 사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며 한국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고 토론하기 시작할 때,  '익숙한 절망'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우리 정치도 '행복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국내도서
저자 : 다니엘 튜더(Daniel Tudor) / 송정화역
출판 : 문학동네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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