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나라이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것은 헌법으로 정해진 엄연한 법이다. 그러나, 적어도 교대에서는 이 민주주의는 어딘가에 사라지고 없어진지 오래다. 아니, 있다고 해도 '무언의 압력' 앞에서 개인의 의사는 (교대 내부의 생존을 위해선)허수아비가 될 뿐이다.

14일, 내가 다니는 교대에서는 수업거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고, 76%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15일 서울로 상경하여 연합투쟁을 벌인다. 여기까지 봐서는 누가 봐도 '다수결의 원리'에 의거한 정상적인 행위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이번 사태에 대한 투쟁이 전면적인 이슈로 부각되었지만, 교대의 투쟁은 이미 '연례행사'로 굳어진지 오래다. 사안이 없으면 끄집어 내서라도 명분을 꾸민다. 그렇게 교대는 매 학기에 한번씩 투쟁을 한다. 그런데 이 투쟁이라는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사상, 사안과 맞아야지 진심어린 정신으로 거리에 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교대생들은 개인의 사상을 '돈'으로 팔고있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불참비'라는 소위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벌금은 과별 학생회 차원에서 이루어지는데, 벌금이 과마다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2-3만원에서 어느 과는 7만원까지 벌금을 물리고 있다. '투쟁을 가지 않는 것'에 대해 벌금을 물다니.. 다른 교대의 얘기를 들어보면 과 학생회에서 벌금에 대한 논의를 하고, 거기에 맞춰서 서로 합의하여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걸 차용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벌금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어긋난 것이다. 개인에게는 각자의 주장이 있고, 사상이 있는 것인데, 그것에 반대하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라고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 한단 말인가? 원론적으로 가자면, 이런 '다수결의 원칙'에 의한 합의는 껍데기에 불과한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즉, '다수결의 원리'라는 껍데기는 있을지언정, 민주주의의 속 알맹이인 '개인의 사상과 자유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한 교대에서는 투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과 사람들이 눈치를 주고, 여러가지 제제를 준다는 것에 어쩔 수 없이 무조건 투쟁에 참여한다고 한다. 여기가 북한인가? 교대생들에게는 자유가 없는 것인가? 다른 사람들의 눈치에 밀려, 투쟁하는 거리에 억지로 끌려가는 건, 소가 죽으러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럼, (백번 양보해서)자기 소신대로 벌금 안내고 버팅기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교대라는 공동체에서 그렇게 튀어버리면 그 사람의 교대 4년 생활, 아니 앞으로의 교직생활은 '바이바이'하는 것과 다름없는 짓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하얀색 차라고 생각하지만, 교대생들은 빨간 색 차라고 말한다. 내가 아무리 '이 차는 하얀색'이야 라고 말해도, 그들은 믿지 않으며, 오히려 '하얀 색'이라고 하는 사람을 왕따시키는 것이라 하면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다.

  투쟁에 대한 숭고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투쟁은 옳지 못한 투쟁이라는 것을 직감할 것이다. 80년대의 그 민주화투쟁, 독재를 타파하기 위하여 몸 바쳐 거리로 뛰쳐나와 이루어 낸 80학번 대학생들의 숭고한 민주주의가 20년 뒤, 또 다른 대학생들에 의해, 그들이 이루어 낸 숭고한 민주주의가 그것도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무너지는 이 세태가 안타깝다.

  이런 식의 투쟁이라면, 교대생의 투쟁은 투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