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3대 인연이 상당히 강한 곳이다. 혈연, 지연 그리고 학연. 혈연은 조선시대부터 소위 "뼈대있는 집안"이라는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으나, 이 혈연은 오늘날에 와서는 거의 희석되었다고 해도 될 것이다. 지연은 이 땅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남북으로 갈라진 것은 그렇다 쳐도, 남쪽지역의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무시무시한 지연은 남한을 휩쓸고 있다. 정치를 보면 알지 않은가? 지역주의를 깨려 시도하다가도 자기 당의 지지기반이 무너지면 또 다시 회귀해 버리려 하는 걸 2007년 현재 우리는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이러한 지연에 버금가는 '인연의 끈'이 있으니 바로 학연(學聯)이라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같은 학교 출신'끼리 서로 뭉쳐서 이권을 나눠먹는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러한 학연은 고등학교에서의 학연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대도시지역의 고등학교가 평준화 된 이후, 많이 희석되는 양상이다. 지금은 지방의 고등학교에서나 (비평준화 지역) 어느 정도의 맥을 유지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러한 국민들의 학연의 본능은 어디 가지를 못한다. 지금은 '대학을 어느 곳에 나왔냐?'가 가장 큰 관건이며 그것이 대한민국 '학연'의 실체가 되었다. 이러한 '학연'으로 인하여 소위 '명문대'라는 곳에 진학하려고 대한민국의 학부모는 매일같이 자식 뒷바라지에 등골이 휘고 있다. 공교육은 이미 무너진지 오래고, 대학입시에 관련된 사설학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애들은 죽어라고 머리싸매고 살벌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애들 성적에 따라 부모의 어깨가 달라진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걸맞게 당당하게 명문대에 입학한 대학생들은 당당하게 외친다. 우리가 이렇게 머리 싸매고 공부 열심히 한 결과 이렇게 명문대에 입학하게 되었으니, 우리가 가져야 할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고 말이다. 대기업에 들어갈 때, 대학출신에 따라 차등하여 점수를 매겨야 한다. 명문대 사람들끼리 뒤에서 밀어줘서 고속승진해주는 건 용인해야 한다 등등.. 실력대로 가면 우리가 학창시절에 공부한 거 어떻게 보상해 주느냐고 말이다. 이런 말들이 회자되고 있으며, 블로그에도 종종 이러한 취지의 글이 보이고 있다. 그러한 논리를 보고 있자면, 정말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이상하게 맞다고 느끼는 이상한 딜레마에 빠진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자신의 기득권만을 이용해서 살아가려는 이 시대의 하이애나 같은 것이다.

 이 같은 주장대로라면, "내가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명문대에 들어갔으므로 세상은 명문대 위주로만 흘러야 하며, 내가 다른 대학교 출신보다 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그 전에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들어갔기 때문에 내가 더 우위에 있어야 한다." 고 전개가 될 수 있겠다. 그럼 반대의 입장에서는 내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것이 제대로 된 것이라 생각하는가? 이러한 주장은 우리가 뿌리 뽑아야 할 모습 중에 하나다. 모든 것이 '대학출신'이라는 것으로 포장되고 둘러치기 때문에 현재 우리사회에서의 검은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고등학교 때 공부 잘한 것이 평생을 울궈먹어야 하는 것인가? 그 때 잘한 것이 왜 3-4년 아니 그 이상이 지나서도 통해야 하는 것인가? 자신의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것을 뿌리 뽑아야 하는 젊은 사람들이 도리어 이런 더러운 인연의 끈에 매달려 아둥바둥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더럽고 치사하고 개탄스럽다.

 그렇다고 명문대라는 네임밸류에 대한 전반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도 보면 어느정도 그런 프라이드는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은 'pride'로 끝내야지, 그것을 이용해서 정정당당한 경쟁을 펴지 않고 다른 실력 있는 사람들을 도태시키는 게 문제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뿌리 뽑혀야 기업의 경쟁력도 더욱 높아질 것이고, 고질적인 교육의 병폐도 뿌리 뽑힐 수 있을 것이며,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전될 수 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자신의 열정을 쏟아야 할 사람들이 자신의 고등학교 때의 실력 들먹이며 그 잘못된 기득권을 옹호하는 이러한 현실. 또 노무현 때문이라고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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