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습니다. 15주가 흘러갔는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6월의 그 나즈막한 더위가 잠깐 사그라들고, 장마가 시작된 첫 날, 비가 올까 조마조마하며 자전거를 타고 쌩하니 학교에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지막 보고서 2개를 냈습니다. 한 달을 새벽4까지 어떻게 수업할까를 고민하며, 머리를 맞대고 싸우기도 하며, 엄청난 교구를 만든 과목의 마지막 레포트와 그 동안 수업 외에는 아무런 시험, 과제가 없어 마지막에 평가의 잣대로 삼고자 하는 과목의 레포트를 냈습니다. 아마 이 마지막의 두 과목의 레포트가 이번 한 학기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정말 힘들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는 가운데에서 해낸 과목이 있는 반면, 그냥 껌 씹듯이 넘어간 과목... 이번 학기는 과목마다 이렇게 극과 극이었습니다. 허나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껌 씹듯이 넘어간 과목의 교수님들은 우리가 다른 과목에서 힘들게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아시고, 참작해 주신 고마운 교수님들이십니다.

  여러분은 어떤 한 학기를 보내셨습니까? 아, 힘들다, 미치겠다, 학점은 잘 나왔는지 모르겠다.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또 지난 학기 끝날때처럼, 시간이 표범같이 빠르게 지나간다. 아니다 제트기보다 더 빠르다고 느끼시지는 않았는지요? 저도 '시간'에 대해서 참으로 느끼는게 많습니다. 지난 학기에도 빨리 간다고 적어 놓았는데, 이번 학기는 지난 학기보다 더 빨리 지나가 버렸습니다. 정말 시간 앞에서 입을 다물 수가 없네요.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내 금쪽같은 젊은 날의 시간은 날 이렇게 마구잡이로 떠미는지... 정말 시간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허나, 생각해보면 내가 그 만큼 시간의 가치를 생각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원망하고 탓하기 전에, 그 지나가는 시간을 내가 붙잡으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그런 느낌을 항상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하루를 의미있게 사용한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하루의 절반은 TV나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지 않았는가?' 이런 질문에 여러분은 얼마나 대답할 수 있으신가요? 저는, 저 대답에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겠습니다. 오히려 '아니다.'라는 대답 뿐이겠지요.  내 스스로 시간이라는 가치를 죽이고 살아오면서, 그 죽여 놓은 시간이 어디갔나 찾는 꼴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이번 한 학기는 그 시간을 많이 죽여놓지는 않은 듯 싶습니다. 이 과제, 저 과제, 특히 영어모의 수업 발표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 내가 의미 있는, 내 자신에게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에 있어서의 魂, 자신의 능력, 힘, 모든 것을 쏟아냈다면,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고 느낄까요?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여나, '나는 魂을 쏟았어도 시간이 빨리가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거라 확신합니다.

  벌써 여름방학입니다. 저는 또 2학기 개강에 임박해서, "벌써 여름방학이 끝났네.."라는 말보다, "아, 이번 여름방학 참 길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 여름방학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ROTC 훈련 받는 분들 힘 내라는 말과 함께, 이만 줄이겠습니다.

   8월 말에 좋은 모습으로 만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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