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블로그를 하나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홈페이지를 운영하였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사진을 찍어 예쁘게 꾸미고, 짤막하게 글을 적어 내린 페이지를 볼 때마다 미니홈피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허나 나는 카메라가 없었다. 그렇지만 홈페이지는 운영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홈페이지에 사진 대신 글을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가 2005년 이 맘 때쯤이었을 게다.

  그렇게 글이 하나 둘 씩 쌓여갔고, 점점 글을 쓰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원래 시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시사적인 글도 많이 썼고, 또 현재 다니는 학교가 특수한 곳인지라 교육에 관한 글도 꽤 썼다. 홈페이지를 게시판 형태에서 블로그 형태로 바꾸면서, 사람들이 찾아와 댓글도 남기며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런 재미로도 글을 많이 썼다. 그래서인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다니기 싫었던 학교도 차차 익숙해질 수 있었던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글 쓰는 재미가 없어졌다. 그 동안 가졌던 내 나름대로의 사회적 비판정신과 삶에 대한 고찰이 사라지기 했다. 글을 쓰는 빈도가 줄어들었고, 내 블로그는 2007년도에 올라온 글이 10개도되지 않는 주인장 없는 집이 되고 말았다. 왜 이러는지를 고민하고 한탄하며 글을 다시 쓰려고 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정말 왜 이렇게 됐을까?

  전에는 올린 블로그의 글에 사람들이 댓글을 달면, 내 의견에 동조하는 댓글이 반이었고, 비판하는 글도 반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올린 내 블로그 글들 중에는 의외로 꽤 악플이 많았다. '명문대 입학한 권리(?)'라는 글은 악플이 90%이상이었다. 어떤 이는 아주 끈질기게 들러붙어 내 글과 내 글에 동의하는 다른 이의 댓글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하기까지 했다. 정말 지긋지긋했지만, 이것이 내가 글이 잡히지 않는 원인은 되지 않았다. 악플이 만만치 않을 거라 예상하고서도, '예수님은 욕하지 마라'라는 글을 쓴 걸 보면 말이다. 그렇다고 올해 들어서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주일학교 선생님도 더 열성적으로 해서 그런 것 같아도, 3학년이라는 위치에서의 학교생활이 너무 고단해서인거 같아도, 역시 아닌 듯싶다. 사실, 맘만 먹고 글을 쓰겠다고 하면 바쁜 건 핑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글에는 마음이 있다. 어떤 글이든지 글쓴이의 마음이 투영되어있지 않는 글이 없다. 내가 썼던 글도 마찬가지다. 소위 1년 반 동안 내가 문장도 시원치 않은 글을 쓰면서 항상 들어갔던 건 내가 쓰고자 하는 대상이 미래에는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미래에는 더 민주적인 교대 학생들이 되기를, 미래에는 한나라당이 추악한 정치를 펴지 않기를, 미래에는 기독교가 바른 종교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으로 글을 쓸수록, 이 세상은 내가 바라는 그 마음대로 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교대생들은 올해도 투쟁을 하고, 그 투쟁을 위해 벌금을 걷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여전히 추악한 정치를 펼치고 있고, 한국의 목사들은 지금도 배만 불리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여기에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사회적인 행태를 보고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고 있는 일반 대중들이다. 불의를 앞에서 뻔히 지켜보고 있는데도, '취직 못하면 어떡해?',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 하며 자신의 몸을 사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다. 특히,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취업준비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대학생들 (특히 교대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기운이 없이 축 쳐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휘말리는 나도 점점 불의를 볼 때, 미래가 좋아지기를 바라기 보다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올해도 투쟁 벌금을 내라고 하지만, 얼빠진 사람마냥 아무 말 없이 순순히 내어 버렸다. 그냥 내 앞에 주어진 일에 급급하여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처럼 뚝딱 과제를 해가고 모의수업을 하기에만 바빠진, '현실에만 급급한' 한심한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나는 한심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미래'는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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