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연지 10년이 되었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블로그를 유지하였지만, 블로그가 활성화된 기간은 길게 잡아도 2년 남짓 될 것 같습니다. 활성화 된 이유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국 교대에서 벌어진 수업 거부 사태입니다. 갑자기 줄어든 임용 인원(TO)로 인하여 전국의 교대생들이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길이 어려워지자 남은 학기 수업을 거부하고 투쟁에 들어갔는데요. 이 때 투쟁을 위해 앞에 나서는 사람이 있는데 나오지 않고 뒤에 숨으려 한다는 명분으로 투쟁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소위 '벌금'을 물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성급한 일반화'의 논리에 반박하여 많은 반론을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때문에 블로그 방문자 수, 댓글이 좀 올랐습니다. 하나는 올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 같은 메타 블로그 서비스 덕분이었습니다. 당시에 이러한 메타블로그는 당시 방문자도 많았고, 네이버 블로그나 이글루스, 티스토리 또는 개인 계정을 가지고 직접 설치형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링크를 걸면 이를 많이 방문한 순위별로 보여주고, 방문을 유도하였던 사이트입니다. 덕분에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방문해 주시고, 댓글도 많이 달았습니다. 실제로 제 글이 1위까지는 아니지만 이러한 사이트에서 순위 5위권 내에 들어간 적도 꽤 있었으니까요.
교대 투쟁도 사그러들고, 그 후로 자연스레 4학년이 되어 임용 시험 준비를 하게 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런 핑계로 글을 안쓰다보니 자연스레 글을 쓰고 싶은 욕구도 사그러들고 막상 쓰려고 해도 잘 생각이 안나더군요. 글을 이렇게 안 쓰면 나중에 글 쓰기가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문득문득 글을 써보고자 했지만, 한 번 끊어진 글은 쉽게 회복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교사가 되면서 교육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지만, 정작 이를 글로 옮기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군대를 가게 되니 생각은 많아지지만 이를 펜으로 쓰려니 더 어렵더군요. 일에 치인다는 핑계로 블로그를 다시 재기하자는 구상은 있었지만 세부적인 그림을 그리기에는 너무 귀찮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되는대로 사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방치를 할 순 없었습니다. 마침 올해 뜻하지 않았던 전담을 맡게 되면서 5월까지는 바빴지만, 6월부터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교직생활에 조금씩 여유를 가지게 되면서 블로그를 다시 운영하기 위한 구상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계속 구상을 하고 있어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정리한 부분을 바탕으로, 블로그 10주년 개편 및 활성화를 위한 구상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블로그를 2개로 나누어 운영하기
원래 블로그인 '푸른 理想을 안고'는 대학시절에 보고 느꼈던 사회 현상을 바라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했던 글을 적는 공간이었습니다. 때문에 때로는 저의 이념이 많이 비추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공무원의 신분인 지금은 그렇게 편향된 글은 많이 비공개로 전환하였지만, 그래도 사회 현상에 대한 입장과 그에 대한 생각들을 담아내는 공간과 함께 교육과 관련된 글을 올리는 것은 자칫 이념이 강조되어 교육에 대한 순수한 생각, 교실 이야기, 학급 운영, 학부모와의 소통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때문에 여기 '푸른 理想을 안고'는 공무원으로서의 품위, 정치 편향의 중립성을 지키면서 사회 현상(교육 정책에 대한 것도 포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지면서 TV 드라마, 연예, 연애(?), IT 등의 조금은 가벼운(???) 소재들을 많이 다루어 좀 더 편안하고 가벼운 글 저장소(아카이브)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면 교육에 대한 주된 이야기는 어디에 담느냐? '정아울.NET'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하나 더 만들고자 합니다. 이 블로그는 '푸른 理想을 안고'처럼 익명을 대상으로 (또는 원래 알았던 친구, 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블로그인 반면, 이 블로그는 순전히 교육을 위한 블로그로 만들고자 합니다. 따라서 이 블로그를 통해 '같이' 공유하고자 하는 대상은 제가 교육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입니다. (학생일 수도 있고, 학부모일 수도 있고, 동료 교사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익명의 누리꾼들도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푸른 理想을 안고' 보다는 좀 더 정제되고, 좀 더 고민하고, 좀 더 조심해서 작성한 교육적인 글들, 교육현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담을 생각입니다. '소통'이야 말로 교육의 진정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고, 소통의 시작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푸른 理想을 향한 섹션들의 변화
★ 10년 전통의 섹션 : Dream Column, 喜噫希
사회적인 현안들에 대해서 짧지도, 길지도 않은 평을 적어 내리던 'Dream칼럼'. 이 이름이 둘 다 영어인데 앞은 영어로 쓰고 뒤는 한글로 쓴, 어정쩡한 모습이라 이를 Dream Column이라고 영문표기를 하고자 합니다. 칼럼을 '평론', '시평' 등으로 순화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앞의 Dream을 한국어로 바꾸면 '꿈 평론', '꿈 시평' 이라고 쓰게 되니 많이 어색하더군요. 그래서 영어로 살리게 되었습니다. 단, 달라진 점은 교육에 대한 평은 더 이상 담아내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삶을 살아가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쓰던 에세이 섹션인 '喜噫希'는 그대로 유지합니다. 별거 아닌 공간 같지만 어찌 보면 제 청춘의 기억들이 아련하게 녹아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기뻐하고 때로는 탄식하는 삶이지만 바라는 마음을 담아 '히히히' 웃고 살자는 의미로 '희희희(喜噫希)' 로 하였습니다. 바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바램이 실현될 수 있도록 10주년을 맞아 '+熙'를 넣어볼까 생각했지만, '희희희희' 하면 조금 미친 사람 웃음 같아서 여운을 남깁니다.
★ 책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책과 나'
짧게 말해서 독후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책을 통해 나와 주변, 더 나아가 사회를 바라보는 마음의 변화를 담아 내는 공간입니다. 이미 2012년에 만든 공간이지만 많이 활성화 되지는 않았네요. 10주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독서와 이를 통한 성찰을 담아내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 가벼운 세상 이야기를 담는 '세상담기'
이 부분은 사실 잡다한 이야기를 담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섹션의 이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 동안 나누고, 합치기도 많이 했고, 이름도 '톺아보기', '훑어보기' 등으로 많이 바꾸어 보았지만 일단 가볍게 '세상담기'로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가볍게 쓸 수 있는 드라마, 연예, 연애, IT, 사회면의 이야기,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생각까지(아마 우리의 진짜 '세상'이 아닐까요?) 등 가볍게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으로 하고자 합니다.
이 섹션들은 사실상 현재 유지하고 있는 섹션 그대로입니다. 다만 이름과 성격을 다시 정의함으로써 조금 더 많은 글들을 써내려 갈 수 있는 블로그가 되고자 함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간간이 올렸던 글들도 블로그를 통해서 나갈 수 있도록 하여 명실상부한 아카이브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알림 장치 강화 : 페이스북, 트위터, 스토리채널, 네이버 블로그
원래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저만의 글을 담기 위한 '아카이브'의 개념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블로그라는 것이 원래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공간인데, 이러한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또 요즘 원노트 등의 프로그램과 모바일 앱 등의 기능들이 좋아져서 소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일단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요즘 다음카카오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채널과 기존의 네이버 블로그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글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적용하고자 합니다.
* 새로운 도메인 발급은 고민 중 입니다. 블로그 활성 추이를 보고 결정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블로그를 더 키우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제가 대학시절에 생각한 블로그의 운영철학, 인기 있는 블로그가 아니라 나와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 드나드는 '카페 같은 블로그'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제 전혀 아는 사람이 없고, 관심도 사라진, 블로그를 다시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홍보수단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카페를 운영하려면 사람들이 알기 위해 광고를 하고 홍보를 하듯이 이러한 온라인 수단을 통해 홍보를 하고자 함입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10년 전, 매일 같이 공부에만 몰입하던 10대를 넘어 20대가 되었습니다. 허무한 시간을 달래고 생각을 정립하고자 몇몇 친구들이 했던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10년 후, 30대가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대학생에서 선생님으로 또 군인에서 다시 선생님으로, 수 많은 신분 변화 속에서 헤맸던 나날에서 이제는 차분히 정착하며 생각을 가꾸어나가고자 합니다. 블로그와 제가 동시에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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