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3・1운동 100주년인 날인 동시에, 나 자신은 2009년 3월 1일자로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지 딱 10년이 되는 날이다. 오늘은 하루종일 모든 일들을 뒤로 제끼고, 나의 교직 생활을 한 번 돌아보고 싶었지만 동생(도 초등학교 교사)이 관사를 옮긴다고 해서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조금 늦었고, 이삿일로 몸은 매우 피곤하지만, 여러모로 의미 있는 날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어 자판 앞에 앉았다.



  10년 전, 처음 선생님으로서 섰던 날들이 떠오른다. 교대에 진학하고도 3학년 1학기 까지 다른 진로를 고민했던 나는, 뚜렷한 교직관을 가지고 교단에 선 것이 아니었기에 신규시절은 '하루를 해치운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신규시절에는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문득 떠오르는 건 천천히 배우는 학생을 대하는 태도다. 수업에 전혀 흥미를 갖지 못하고, 그 전의 과정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하면서도 어떻게 할 지 몰라 우왕좌왕 하기만 했다. 학창시절 ‘모범생'이라는 편협한 시각에서만 보내다가 교대에 진학해, 4년 간 착실하게 공부 하다 일찍 발령받은 그런 전형적인 초등학교 교사였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때문에 지금 10년을 돌아보아도 내가 제일 힘들었던 시기는 '신규시절 1년’이었다. 많은 문화충격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서 나는, 똑똑한 학생들에게 치중된 ‘영재’, ‘과학’ 등의 분야 보다는 천천히 배우는 학생들을 위한 ‘기초학력’ 쪽으로 관심을 갖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생각만 했지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막연하였기 때문이다. 그저 학교에서 부여한 업무를 하기에도 너무 벅찼다. 적성에도 맞지 않는 체육업무를 안 맡은 해가 거의 없었다. 행정업무는 잘한다는 미명아래 체육부장도 하였다.

  제작년, 학교에서 ‘한글문해교육과 기초학력’에 대한 주제로 연구학교 신청을 한다며 나에게 응모계획서를 작성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사실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신규교사 시절에 가졌던 막연한 다짐(?)을 한 번 살펴보자는 호기심이 생겨서(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떠밀리다시피) 일주일 동안 잠을 설치며 썼다. 그 계획서로 우리 학교는 연구학교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연구학교 연구부장이 되었고, 1년 동안 연구학교를 이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자(2019. 3. 1.자)로 또 연구부장을 하게 되었다.

  누가 보면 자기 자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동기들은 벌써 ‘연구부장’을 한다며 시샘어린 눈길을 보내지만, 나는 저 경력이 자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0년이 된 오늘까지도 나는 한 켠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교사로서 학생들과 마주치며 교수-학습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얼마나 연구하고 정성을 쏟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나는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규시절에 천천히 배우는 학생을 보고도 어떻게 해야할 지 짚어보지 않았다. 대학원도 ‘교육행정’을 전공하면서 학생들보다는 ‘행정’에 우선을 두었다. 연구학교 주제가 천천히 배우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음에도 큰 틀의 시스템만 주목했지, 실제 교수-학습이나 지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론 고민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천이 부족했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굳어져가고 있다는 걸 자각하기 시작했다. 새로 들어오는 신규교사들에게 ‘꼰대’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점점 교직경력이 쌓여갈수록 나의 부족함은 보이는데, 이미 학교 시스템에 적응을 하고 있어서 변화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러다가는 '교장이 되려고 아둥바둥 댈 거였으면 애초에 교사를 하지 않았다.'는 나의 신념이 변해 교장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나는, 뚜렷한 철학 없이 왔다갔다하는 그런 교사가 될 것 같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대학원을 휴학했다. 연구부장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일을 분배할 수 있는 배포를 가져야겠다. 교실 수업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실천해보고자 ‘과정중심평가 핵심교원’ 신청도 했다. 기초학력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되, 초점은 교사로서 학생을 어떻게 지도하는지 실천하는 것에 맞추고자 한글문해교육 전문가과정을 신청하려 한다. 올해는 교사로서 내실을 다지는 해로 만들고 싶다. 말로만 하지 말고 업무가 우선이 아니라 교실이 우선이 되도록 실천하고 싶다.

  주절주절 길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남들에게 보여주어야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원하지 않았던 길이더라도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내 직업에 대해 부정한다고 해서 본질을 기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우리 교실에서, 수업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또 다시 10년이 지나, 교직 20년을 채우고서 나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 부디 긍정적인 글이 되기를 바란다.

2019.3. 1.


'喜噫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사 10년, 진짜 '교사'가 되기 위해  (0) 2019.03.01
먼저 내미는 손  (1) 2017.09.17
법원이 사람잡네  (0) 2015.03.03
사명감  (0) 2014.06.08
나 자신에게 안녕 못한 2013년  (0) 2013.12.31
비밀  (0) 2013.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