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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

글토막

by 맑은마루 2019. 12. 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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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대생 시절, 동기들은 강원도에서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에게 경기도나 수도권으로 가라는 권유를 많이 했다. 선생님이 되고 나서도 비슷한 또래 선생님들도 경기도로 가자고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런 유혹에 많이 흔들렸지만, 아직껏 강원도에서 근무하고 있다. 관성이 작용한 것도 크지만, 그래도 나는 학창시절을 보낸 이곳 강원도가 소외되는 곳이 많고, 수도권 지역에 비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그런 어려운 곳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던 나의 소박한 철학 내지는 신념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어쩌다 보니, 나는 도교육청의 정책 중 하나를 표본으로서 실천하게 되는 위치에 서 있었고, 서 있는 중이다. 2년 동안 한글문해, 천천히 배우는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보여주려 했고, 찾으려고 했고, 실천하려 했다.

  그런데 그 모든 활동 들에는 내 이름이 대표된 적은 없었다. 'OO학교', 'OO지역', 'OO연구회 소속', '강원도교육청'이라는 타이틀 아래에서 활동을 했지, 정작 나 자신이 부각된 활동을 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 돌아보니 나는 정책 속의 로보트였다.

  내가 무엇을 바라고 이 활동을 한 건 아니었다. 단지, 맨 위에서 말하는대로 강원도 안에서 보탬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 나는 토사구팽을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내 자신을 위한 커리어를 쌓지 않으면, 누구에게 인정받기를 바라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비참해진다. 정책의 속성이 그렇듯,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 나는 건강도 나빠졌다. 박사과정도 제대로 수학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2년 동안 뭘 했나? 이도저도 제대로 못하고 어리버리한 전 연구학교 연구부장에 불과했다.

  내년부터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도교육청의 기초학력 정책을 뒷받침하는 교사가 되지 않겠다. 도교육청이 원하는 기초학력 관련 연구회나 기타 다른 활동은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단지 기초학력은 천천히 배우는 학생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학급' 안에서의 실천, 관련된 학술활동, 그리고 개인 연구에 중점을 둘 것이다.

 

 

 


나는 아직, 등록기준지는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이다.

 

 

학생작품에서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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