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Column

긴급할수록 더욱 신중하게

맑은마루 2020. 3. 2. 23:24

결국, 개학이 3주나 연기되었습니다.

 

새로운 학생들과 만날 시간인데, 지금쯤이면 급식소 가서 밥을 먹을 시간인데,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인데... 하며 집에서 시계를 볼 때마다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했었을 일정들을 되뇌어 보게 됩니다.

부총리는 담화문에서, 3주나 개학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에 따라 이번 주는 담임 소개와 교육과정 계획을, 다음 주는 원격으로 학급 방을 개설하여 원격으로 과제와 피드백을 제공하여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학기 중간이면 모를까, 학생들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원격으로 공부방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까,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가능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요즘 IT시대니 충분히 가능하고, 심지어 수업 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아무리 시급한 상황이더라도 이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평소 수업을 성실하게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방법은 학습 결손을 만회하는 방법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공부를 등한시하는 어린이들, 집중을 하기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에게 원격 학습이 교실에서의 그것만큼 효과가 있을까요? 더더군다나 방임하는 학부모들은 자녀를 원격 학급 방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까요? 학습의 격차만 더 크게 벌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4월 너머 개학하고 수업일수를 줄이자, 심지어 9월로 학기를 옮기자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정책에 대한 의견은 물론 자유롭게 낼 수 있습니다만, 저는 이러한 주장을 하기 전에 그 주장에 대한 부작용이 가져올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듭니다. 학기를 옮기자는 주장은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크게 바꾸자는 것으로, 학기 개편에 따른 우리 사회의 파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또 6개월 공백에, 안 그래도 날로 커지는 교육격차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6개월 동안 사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학습격차와 소외감은 어떻게 하지요? 6개월 동안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는 아무리 긴급한 시국이더라도, 또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교육부의 코로나 19의 단계별 지침에 따라 아직은 수업일수 감축의 적용범위가 아닙니다. 행정은 사람을 위해 행하는 것이니 만큼,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