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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Column

○○교육, 누더기로 만드는 교육

by 맑은마루 2020. 3. 4.

교사의 교육과정 자율권을 강조하는 것 맞나요?

 

  코로나 19로 선생님들도 집에서 쉬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저의 보직이 보직인지라 연기된 학사일정을 다시 수정하고 세부적인 학교 행사계획을 집에서 원격으로(!) 협의하느라 집이 교실처럼 보이는 기현상.... 까지는 아니고 하여튼 집에서 앉아 재택근무를 거의 하루 종일 하다시피 했습니다. 세세한 협의를 하려니까 부장 선생님들께서 7시 가까이에도 서로 카톡을 주고받으시니, 교감선생

님께서는 재택근무하다 쓰러지는 거 아니냐는 농담까지 하셨습니다.

계속해서 교육과정 계획이 바뀌다 보니, 기존에 답답하게 생각했던 것이 다시 다가와 화가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바로 교육과정에 내려오는 “○○교육”입니다. 보건교육, 안전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영양교육, 환경교육, 인성교육, 정보통신 윤리교육 등등 교육 앞에 붙어서 내려오는 이 ○○교육이야말로 첫 번째로 없애야 할 교육입니다. 저는 ○○교육이 우리 교육과정을 누더기로 만드는 원흉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이슈가 생기고, 그 이슈의 흐름은 항상 ‘우리 교육이 잘못되어서 이런 사단이 난 거다.’로 흐르고, ‘정책의 창’이 다시 활짝 열리면서 교육부에서는 ○○교육을 운영하라고 공문을 하달합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그랬고, 인성교육이 그랬고, 정보통신 윤리교육이 그랬고.. 그렇게 누더기로 쌓여가니 교육과정을 짜는 사람이 정신이 없을 지경입니다. 동시에 교사로서 자괴감도 느낍니다.

 

  2015 개정교육과정부터, 선생님이 직접 교육과정을 어루만져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라고 합니다만, 정작 교육과정 편성을 할 때, 이건 ○○교육, 저건 ○○교육하면서 붙이다 보면, 정작 선생님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많이 줄어듭니다. 중앙집권적인 교육과정을 버리자고 하면서 왜 이런 ○○교육은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선생님을 믿지 못하니 이렇게 하라고 명령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저의 편협한 시각인가요?

 

  더군다나, 미래 교육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도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젠더감수성교육, 민주시민교육 등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중요시되고 강조되는 부분은 분명 존재하고 꼭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꼭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운영해야 하는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교육부, 교육청에서 ○○교육이라고 이름 붙여 내려오는 순간 그것은 그냥 수동적인 지시일 뿐입니다. 교사의 자율권은 사라집니다. 정말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원하고, 그러한 ○○교육이 꼭 필요하다면,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반영하면 되고, 그것을 가지고 교사가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요?

 

  지엽적으로 행해지는 ○○교육이 아니라,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하는 큰 틀의 교육 방향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논의를 통해 큰 흐름의 교육 방향이 세워지면, 지엽적인 교육은 선생님의 수업에 맡겨야 합니다. 학생도 여러 선생님을 만나보며 사회의 어른을 배워가듯, 비록 어느 해는 ○○교육이 부족한 선생님을 만나더라도 다른 해에 ○○교육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교사의 자율성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또 이러한 교사의 자율성을 사회에서 존중하고 믿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쓰니 미래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드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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