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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우리를 위협할지라도

넘어보기/喜噫希

by 맑은마루 2020. 12. 3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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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을 보내며

"양구군 보건소입니다. 코로나 19 검사 결과 "음성"임을 알려드립니다."

 

  올 한해는 마지막 날인 오늘 아침에 온 이 문장이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듯합니다. 정확히 1년 전, 중국에서 발생한 이 바이러스는 우리 사는 삶을 완전히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2월 말, 감염병 단계가 "심각"으로 올라가더니,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에 이어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원격 개학을 맞았습니다. 수 십 년간 운영되어 온 학교 수업 체제의 근본을 바꿔야 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교육부가 교사를 보는 관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실망과 분노를 했지만, 어린 학생들의 공부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4월 1일부터 '원격수업'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다져나갔습니다. 연구부장이기에 원격수업에 대한 원칙과 틀을 구상해 나가야 했고, 그 과정에서 교육부와 도교육청의 방침에 대한 논란과 충돌을 학교 선생님들과 풀어가며 기틀을 잡아갔습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구성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원격수업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쌍방향 원격수업을 학교 수업의 그것처럼 익숙해져 갑니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들이 쌍방향 원격수업을 잘할 수 있을까 하며 많이 주저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알아서 9시 되기 전에 화상수업 시스템에 모두 능숙하게 들어오고 공부합니다. 이제는 그만큼 어린 친구들에게도 디지털 기기는 익숙합니다. 그렇지만 학교를 그리워하며 선생님과 친구들을 보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모니터 너머 흘러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 와중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기 위한 사투는 계속되었습니다. 2월 신천지발 집단감염, 8월 광복절 집회발 집단감염 속에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번갈아가며 운영하였습니다. 다행히 제가 있던 지역은 11월까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이후 확진자가 하나둘씩 속출하였고, 결국 2020년을 끝나기 3일 전 우리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전교생 원격수업이라 학교 내 선별 진료소 설치 등의 큰 일은 면할 수 있었으나, 긴급 돌봄을 나온 1-2학년 학생들과 교직원은 오늘까지 마음을 안정시키기는 어려웠습니다. 오늘에서야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발을 뻗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생활의 풍경을 바꾸었지만, '풍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불완전하고 예측하기 힘든 일상들을 보내도록 하였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을 마음 놓고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올해 하기로 했던 굵직한 일들이 무기한 연기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치른 것도 있었지만, 취소된 것들이 많았습니다. 교육에 대한 많은 고민과 나눔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대학원 수업도 원격이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되어 체력소모는 덜 했지만, 그 이외의 상황이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막아버렸습니다. 학생들을 대면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그만큼 연구부장으로서 학교 업무의 강도는 거셀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전보다 체계를 잡지 못하게 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은 너무나도 큽니다.

 

  그런, 2020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교직생활에서, 아니 나의 인생에서 올해와 같은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이런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올해보다는 더 차분하게, 그리고 내실있게 대처해 나가고 싶습니다. 내년은 올해보다는 안정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덧붙여, 저의 군인신분은 오늘자로 이제 완전히 끝납니다. 2010년 6월 입대, 2012년 예비군 전역 이후 오늘로 예비군 신분을 내려놓게 된 것입니다. 군생활을 하던 곳을 향해 오줌도 안 싼다는 세간의 말도 있지만, 저는 군 생활하던 곳으로 다시 돌아와 학생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실제 군인으로서의 생활은 짧았지만, 그 안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많이 나를 돌아보고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8년간의 예비군 신분마저 이제는 떠나보내지만, 군대를 통해 배웠던 지혜와 마음가짐은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 백두산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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