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은 지역사회에 토대를 두고 구성된다. (중략)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 간에 협력하여 학생에게 도전감을 주고, 만남에서 얻어진 기술과 지식을 이용할 주요 학습문제를 확정짓는 것이다. 학생 프로그램의 나머지 부분은 특별히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예술이나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캘리는 17세이다. 학교의 오락/자연보호 공원에 오두막을 짓는 일을 계획하는 것이 주요한 수업 외 활동이다. 시(市)를 위한 봉사활동은 예비선거 등록을 돕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캘리는 자신의 직업으로 산림순찰요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과 관련하여 주 환경보호처의 순찰요원을 직업 조언자로 선택하여 그를 도우면서 일하기로 하였다. 캘리는 오늘 중앙컴퓨터 작동법과 그것을 이용한 선 그리기 능력을 배우기 위해서 일찍 일어났다. (중략) 캘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 집으로 가면서 몇 가지 사항들을 결정한다. 가정용 단말기에서 선거등록인단의 인적사항을 검토하고, 컴퓨터로 수학숙제를 마칠 것이다. 오후에는 연극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은 과제들에 관해 줄곧 생각했다. 가정용 단말기 앞에서 저녁 시간을 더 보내야 할 것 같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행복교육지구 운영은 불과 3~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학교 울타리 밖에서 공부가 가능한 원격 수업은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하여 부랴부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도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위 인용문은 1981년 윌리엄 밀러(William C. Miller)가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제3의 물결에서 착안하여 쓴 『제3의 물결과 교육의 미래』에 나오는 글이다(윤정일 외, 1996, 역).‘학교를 위한 시나리오’로서 학교의 프로그램과 학생의 전형적인 일과를 소개한다. 즉, 이 글은 무려 40년 전에 썼다. 40년 전에 미래의 학교를 예상한 모습에서 우리 학교들은 1980년대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을까?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학교(교육과정 혹은 수업)의 모습은 지금도 실현되지 않았으며,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학생이 원하는 역량을 기르는 과정은 아직 걸음마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는 단계다.
교육부, 강원도교육청을 비롯한 교육계는 그동안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미래 교육의 모습을 진단하고, 이를 실제 실현해보고자 많은 연구학교, 선도학교 등을 운영하였다. 그러나 중앙집중 형태의 교육과정 운영, 과목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프레임,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시도에 대한 빈번한 저항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학교의 모습은 시대의 변화에 크게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이 창안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예상되는 경제·사회·문화의 변화에 따라 교육을 통해 변해야 하는 것, 변화하는 시대에도 존속하고 유지·발전해야 하는 것들을 나열하며 2030년 혹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이러한 흐름에 모두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산업 구조의 재편으로 상실될 우려가 큰 인간성을 회복하고 시민이 주인인 진정한 민주주의 교육, 개개인에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와 교육의 방향은, 그 이전에도 비슷하게 제시되었다. 비슷한 주장이 무리가 바뀌거나 용어가 새로운 개념으로 바뀌어 덧붙였고, 교육부뿐만 아니라 전국의 시·도 교육청도 비슷한 프레임으로 포럼, 세미나 등을 수도 없이 개최하고 있다.
때문에, 강원도에 맞는, 강원도에 적합한 미래교육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할 수 있는 비슷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를 강원도에 어떻게 적용해야 효과적일지, 또 강원도가 처한 현실, 그리고 강원도가 내세울 필요가 있는비전에 맞추어서 ‘강원의 미래’를 위한 교육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교사의 입장, 그리고 강원도민의 입장에서 논하고자 한다.
강원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은 출생 인구의 절대적인 감소, 도시로의 인구 유출로 학교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학생수 100명 이하의 작은 학교는 도내 학교의 절반이 넘는다. 심지어 전교생이 20여명 남짓인 학교가 수두룩하다. 폐교되는 위기 속에서 그동안 도교육청은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 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원격수업 전환 속에서도 작은 학교는 등교를 유지할 수 있어서 작은 학교의 장점으로 부각되었지만,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거꾸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폐교되면서 매일 왕복 1~2시간 넘게 버스에서 지내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매일 장시간 교통수단을 타고 다니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여기에, 2025년부터 도입을 예정한 ‘고교학점제’는, 강원도의 고등학교에 도입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금도 고등학교는 읍내에만 있는 경우가 많아, 면 지역 주민들이 미리 읍지역의 초등학교·중학교를 보내는 경우가 있어, 지역 공동체에 더 큰 장애가 되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도록 열어 놓아야 하는 고교학점제는 가뜩이나 중등교사 정원도 감소하고 있는 강원도에서는 운영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크다.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 인지발달, 특히 읽기 능력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의 장점은 강원도에서 적극적으로 스마트 교육을 도입해야 하는 까닭으로 충분하다. 강원도는 인구수는 적으면서 면적이 넓어 다양한 교육을 받기에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상당히 크다. 미용 기술이나 영상 편집 기술을 배우고 싶어도 지역에 특성화고가 없어서 인근 도시지역의 학원으로 통학하며 다니는 경우가 많은 것이 대표적이다(남수경 외, 2020). 또한, 날로 심각해지는 디지털 중독 속에서 초등학생부터 여러 학습 활동을 통해, 스마트 기기를 자기 통제가 가미된 ‘공부하는 도구’로 잠재적 인식을 심어준다면, 중·고등학교에서도 디지털 문해력을 바탕으로 다양화된 개별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벌어진 원격 수업은 제대로 된 교육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교사가 학생의 수준과 요구를 바탕으로 설계한 수업이 기반이 되어야 하고, 학습의 맥락적 요소를 고려하여, 학교 울타리 밖에서도 ‘마치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학습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 학생의 학습 의욕(흥미)이 조성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미래’라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교육만을 추구해서는 곤란하다. 기존에 처해 있는 강원도의 현재 상황을 돌아보고, 이를 개선·발전시키기 위한 교육의 역할에도 주목하여야 한다. 강원도는 전국에서 유일한 분단도(道)이다. 분단된 지 70년 남짓 흘렀는데도, 아직 비정상적인 상황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강원도에서의 교육은, 다른 지역보다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교육이 더욱 강조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뻔한 평화교육 타령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강원도는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와 평화통일특별지구 지정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하여 힘쓰고 있다. 강원도 전체지역을 제주처럼 ‘강원평화특별자지도’로 하고, 도내를 ‘평화영농지대’,‘문화관광자립지역’, ‘국제생태관광지구’,‘해안자원 공동이용 협력지역’ 등으로 나누어 통일 강원도의 비전과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 단순한 평화·통일 교육을 넘어, 강원도의 지역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한 지리·경제·사회·문화적인 요소들이 융합되는 ‘지역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강원평화특별자치도에 관한 도청과 도교육청의 협력을 바탕으로 각 시·군 지역의 행복교육지구와 연계한다면 미래 강원교육뿐만 아니라 강원도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레 생태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 생태 위기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교육도 결국에는, 인간이 나중에도 잘 살아가기 위한 관점이지 자연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관점이 아니다. 대부분이 산림지역이라 그래도 자연이 보존되고 있는 강원도 지역에서 이를 교육에 접목하는 교육을 먼저 내세울 필요가 있다. 인간중심의 생태교육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간 객관화’하는 생태교육이 필요하다.
앞서 도교육청에서는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작은학교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교육적 관점에서, 작은 학교의 학생들이 적은 인원만이 공존하는 생활을 지속하였을 때 생기는 다양성의 부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여러 선생님은 작은 학교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로 전학을 온 학생들이 한 반에 20명이 넘는 친구들을 적응하지 못하여 매우 힘들어한다는 사례를 말한다. 또 궁극적으로, 좁은 사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해하고, 공감하며 배려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그러한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적정 규모 이상이 되어 동급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서로 소통을 하여야 타인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두레 학교 등 이웃 학교와 연합하여 여러 다양한 수업과 교육을 운영하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한계가 분명하다. 지속적이면서 학교 교육이 내실화할 수 있는 적절한 학교 규모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하여, 작은 학교가 유지되더라도 학생들이 다양한 공동체를 접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과정 운영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교사로서는 흔치 않은 기회로 강원도의원과 지자체 교육 담당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학입시 경쟁에 기반한 소위 ‘잘 나가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교육의 성공이라고 전제하였으며, 교육의 효과성보다는 재정 대비 효율성에 관점을 두고 발언하였다. 이는 궁극적으로 강원도 교육의 발전을 위한 방향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강원도 교육계에 있는 사람들이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에 수도권 중심의, 기득권 중심의 프레임을 믿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경기도 시흥시와 오산시는 혁신교육지구를 운영하면서 2주마다 한 번씩 지역교육청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연수하며 치열하게 교육에 관한 토론과 논의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교육지구 운영에 대한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강민정 외, 2018). 도내 행복교육지구도 잘 운영되고 있는 지역은 지자체와의 소통이 잘 되었다고 한다. 학생이 살아갈 터전에서 바람직한 교육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 지자체들과의 소통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교육을 비전을 세우더라도, 실행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혼돈과 불확실성이 높아진다고 한다(안영진, 2020). 그러나 우리는 경계해야 할 지점이 있다. 지난 2020년 강원미래교육포럼에서 주제발표자 중에 한 사람은 “학생에게‘지역의 가치’를 주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 학생이 서울에 가서 크게 꿈을 이루고 지역민에게 와서 베풀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라는 발언을 하였다. 경제적으로도 이제 ‘낙수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교육에서조차 ‘낙수효과’를 찬양하는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원 미래 교육은, 서울을 중심으로 쫓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강원도가 자생할 수 있는, 적어도 강원교육이 강원도민을 뒷받침하며 공동체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강원미래교육의 비전과 전략은, 결국 강원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어린이와 청소년이 강원도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강원도민 모두를 위한 교육’을 위한 방안이 되어야 한다.
참 고 문 헌
강민정·안선영·박동국(2018). 행복교육지구란 무엇인가? 서울:맘에드림.
강원평화특별자치도 홈페이지(https://gwpeace.gwe.go.kr).
권재원(2021). 인공지능 시대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서울:우리교육.
남수경 외(2020). 양구 행복교육 운영 및 발전방향 연구. 양구군청.
안영진(2020). 변화와 혁신(제5판). 서울:박영사.
윤정일 외(1996). 학교개혁론:쟁점과 과제. 서울:원미사.
Miller, William C.(1981). The Third Wave and Education’s Futures. Indiana, Bloomington:the Phi Delta Kappa Educational Foundation.
이 글은 2021. 5. 20.에 개최된 2021년도 제1차 강원교육포럼 - 강원교육의 미래 비전과 젼략에서 발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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