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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속, 방향 잡기

넘어보기/喜噫希

by 맑은마루 2021. 8. 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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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입 수험생과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건 2018년부터다. 그 해는 연구학교 연구부장을 하면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무리하게 다녔다. 연구학교 사업 자체가 워낙에 큰일이라 대학원은 결국 다음 해 휴학하였다. 2019년에는 1년 동안 살폈던 한글 문해와 기초학력에 대한 연구를 놓치고 싶지 않아 60시간짜리 연수를 2개나 들었다. 연구회 활동도 참여하면서 좀 더 내실을 다지고자 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상황이 닥쳐왔지만 대학원 수료, 강원교육연구 인터뷰, 미래교육포럼 참여, 지도 교수님과 함께 행복교육지구 연구용역 활동 등을 했다. 담임교사를 하면서 연구부장 활동도 큰일인데, 여기저기서 같이 참여하여 활동하자는 게 꽤 많이 들어왔다. 작년부터 활동 범위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주변의 강력한 내신 철회(?) 권유에 결국 포기한 이후, 2021년 들어 선도학교를 2개나 하게 되었다. 새 학년 들어 작년 포럼 추진단과 함께 정책 연구회를 조직하였고, 이와 별도로 2030비전추진단 활동, 교육연구원 정책 연구 집담회 섭외가 들어왔다. 1학기 말에는 교수님과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미루고 미루던 박사학위논문 작성에 교수님의 무언의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름방학을 맞아 이 여러 조직의 아무도 방학 중 활동을 크게 하지 않았다. 외려 내가 좀 더 해보자고 부추겨(?) 횡성에서 모임을 하기도 했다(그런데 이 일이 좀 많이 커졌다.)

 

  어느새, 본래 나의 일보다 여러 프로젝트(K대, G 교육청)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다. 어느 선생님은 "교육장이 따로 없다."라며 시샘인지 모를 말도 던지셨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작지 않은 일에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7월에는 컨디션이 난조였다. 그것보다 더 걱정이었던 것은 어느 하나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겉핥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었다. 겉핥기 식으로 활동하는 것은 안 하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뒤죽박죽 속 갈피를 못 잡는 형국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하는 용기를 갖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내 욕심에 거절 않고 너무 많은 일에 참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4년째같이 동 학년을 하는 옆 반 선생님은 "이런 활동을 많이 해야 장학사를 하는 데 좋다."라며 적극 권유하시기도 한다. 정말 욕심이라면, 장학사 하나를 위해 활동해야 하는데, 사실 이런 활동들이 장학사 선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겠거니와, 정말 장학사가 되고 싶었다면 이런 활동을 줄이고 장학사 공부를 더 했어야 했다. 그런 걸 보면, 내 개인의 명예와 영달을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같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공부를 하고 싶어서(대학원), 교육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찾고자 하는 열정(도교육청, 연구회 활동)에서 참여하는 것이지, 나 개인의 활동을 위해서 하지는 않는다. 본인의 일이 바쁜데도 출장 중 이동하면서 원격회의에 참여하시거나, 밤 7시가 넘은 시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격 회의에 참여하면서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면, 많이 배우기도 하면서 열정들을 느낄 수 있어 그게 더 즐거운 것 같다. 그분들 중에서도 개인의 영달을 위해 활동한다면, 아마 티가 많이 났으리라.

 

  그런데, 다른 경우도 보았다(전제: 내가 참여하고 있는 그 모든 활동, 프로젝트에 같이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욕심이 많아 포럼, 유튜브(팟캐스트), 대학원 활동을 참여한다고 대놓고 표현하는 교사가 있다. 다른 사람처럼 열정이 있어 이런저런 활동에 참여하는 것 같기는 한데, 문제는 이 분의 글을 천천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갈피를 못 잡겠다. 혁신학교에서 활동을 하면서 개혁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한데, '학교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와 같이 소유의 개념으로 학교를 접근하거나 SNS 활동이나 다른 글을 볼 때도 자신의 생각이나 지향점이 명확하지 않고, 그냥 '모두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와 같은 두루뭉술한 글만 적어낸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계신 분들을 가만히 보면, 자신의 관점과 주장이 녹아 있다. 교육의 세부 관점에 대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 있다. 그 주장이 다른 사람에게 밑 보이면 어쩌나 신경 쓰지 않는다. 거침없이 이야기하되, 경청하며 의견을 들어주고,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이 있더라도 감정이 상하지 않고, 조정해 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간 학교에서 볼 수 없었던, 그리고 그 두루뭉술함에서 찾을 수 없었던 모습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더라도, 그 가운데에서 나의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 방향이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주변의 사람들과 논의하면서 방향을 맞추거나 더 공고히 하는 작업이다. 지금 맞는 방향이더라도 또 금방 바뀔 수 있다. 그런 나침반을 찾아가는 여정,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내 욕심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일이다.

 

  개학이 다가오니, 조용했던 카톡이 불이 나기 시작했다. 다시 정신없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릴 것 같아 걱정이지만, 누구와는 다르게, 욕심이 아닌 사명감, 당위로서 내 교실부터, 교육청 비전, 한국 교육 정책까지 방향을 놓치지 않고 살펴야겠다. 개인의 영달을 찾으려 했다면 진작 나갔을 교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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