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바람직한 성장을 위한 '작업 동맹'

톺아보기/책과 나

by maruz 2022. 6. 1. 18:44

본문

<초등 학부모 상담>

 

교사로 지내면서, 아직도 적응하기 힘들고, 두렵게 다가오는 건 학부모 상담이다. 그동안 학생들을 위해 수많은 학부모와 대면으로, 전화로 상담을 해왔다. 그러면서 다양한 학부모의 반응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학부모에게 바라는 점만 언급하는 게 아니라 교사로서도 어떻게 임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학부모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완화된 표현, 긍정적인 관점으로 설명해야 한다든지 등등, 상담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으로 그것을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의 일차적인 감정에만 치우쳐 똑같이 행동하는 학부모를 만나면서 많이 당황했고, 그만큼 상처도 많이 받았다. 이러한 감정을 다시 다스리고, 다시, 내가 가졌던 생각들을 명료화하는데 <초등 학부모 상담>은 큰 도움을 주었다.

 

교사는 어린이들에 대해 전문가여야 하는데, 사회에서는 그렇게 생각해 주지 않으니 학부모에게 나는 전문가라는 인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교사는 학생의 심리와 정서를 내밀하게 파악하고, 학부모와의 상담 기술을 완벽하게 배우지 않았다(이를 파고들려면 교대 교육과정부터 다시 이야기해야 하기에 이쯤에서 그만두고). 교사가 여러 가지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면 더더욱 좋겠지만, 모든 능력을 다 가질 수는 없기에, 우선순위를 두자면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맞다. 대부분 모범생으로 살아온 교사들이라 더욱 강박을 가질 가능성이 크기에, 우선 전문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와 교육관이 대립하는 상황 속에서 교사가 완벽하지 않지만, 이러한 관점으로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학생이 바람직하게 성장하기 위한 목적은 학부모와 일치한다.”라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학부모 대부분은 인정하고 교사의 교육관을 존중하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도, 경험을 통해서도 느꼈다. 언론 기사나 알음알음 들려오는 소식은 정말 극히 예외적으로, 그러한 일들을 듣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때로는 교실 안에서 많은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해 학부모와 상담할 때가 있다. 목구멍까지 팩트로 이러하고, 저러하다고 나열하고 싶고, 심지어는 학부모가 가정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그러냐는 비난하는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교사로서 전문적이지 못한 태도다. 미성숙하기에 문제행동을 보이는 것이고, 미성숙하기에 더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기대하고 오래 기다리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학부모와 상담하게 된다면, 학부모도 자녀의 문제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겠으며, 그런데도 학생의 성격과 기질,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학부모에게 만난 지 얼마 안 된 담임선생님이 비판하는 말을 나열한다면, 우리 자녀의 상황을 잘 알고 있음에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문제점을 나열하는 평가적 관점이 아니라 학부모의 입장을 곰곰이 듣는 경청의 자세, 그 마음을 헤아려주는 공감을 선생님이 먼저 보여준다면 학부모와 작업 동맹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으레 교사는 가정에서 이렇게 지도해주세요.”라는 말만 하는 경우가 있다. 몇 해 전 지도 교수님께서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선생님과 상담 일화를 말씀해 주셨는데, 가정에서 지도해 달라는 말과 덧붙여, “학교에서는 제가 이렇게 살피며 지도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그러한 담임교사의 말에 신뢰가 더 가게 되더라고 말씀하셨다. 가정에서 살펴야 할 점을 말씀드리는 것은 학부모에게 꼭 필요할지 모르나, 학교에서 노력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한 해 한 해 학부모와 상담하면서, 여러 학부모께 종종 선생님과 상담하니 속이 후련하고 안심이 된다.”, “이렇게 우리 아이를 신경 써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선생님을 보지 못했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학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때로는 어처구니가 없고, 말도 안 되는 까닭으로 학부모의 화를 감당해야 할 때도 있지만, 교사가 학생을 바람직하게 성장하도록 도와준다라는 관점을 일관되게 가진다면, 교사도 학부모도 서로 마음 편하게 상담에 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