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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을 높이는 방법이 평가라고?

넘어보기/교육잡기

by maruz 2022. 6. 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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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은 무시하고 또 '결과 만능주의'로 빠질 위기 

 

2022년 지방선거가 끝났다. 교육감도 누가 될지 이제 정해졌다. 내가 사는 강원도교육감은 12년 동안 있던 3선의 민병희 교육감이 출마하지 못하였고, (정당 추천이 없는데도 진영을 나누는 이상한 형태이지만)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모두 단일화하지 못한 채, 무려 6명의 후보가 출마하였다. 신규교사 시절 1년 동안 다른 교육감이었다가 민병희 교육감으로 바뀌고 나서 강원도 학교에 매우 큰 변화가 있었고, 3선을 연임하니 강원도 교육정책의 흐름이 일관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강원도 교육과 학교 현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래서, 강원도교육감 후보자들의 공약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강원도교육감 토론회도 챙겨보았다. 강원도 교육에서 가장 큰 화두는, 학력이 전국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들 한). 그런데, 후보들 간의 논의 과정, 언론의 보도 과정에서 학력 저하인지, ‘기초학력 저하인지 이 둘의 개념을 혼동해서 사용하여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였다. 예를 들어, 수능점수를 기준으로 기초학력을 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3 학생이 모두 수능을 치르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만이 응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력이라고 논의할 수도 없다.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평가하기 위한 잣대를 학력의 전부로라고 논의한다면, 매우 제한적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수동적인 지식을 잘 알고 있는지 객관식으로 풀어내는개념으로만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소외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대표되는 미래 교육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학력의 개념은 OECD에서도 논의되고, 선진국은 물론 일본도 새로운 학력의 개념을 상정하고 이를 입시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학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커녕, 현재 입시 체제에 순응하는 공약만 늘어놓으며 학력 신장이라고 하는 모습이 너무나 답답하다.

 

학력에 대한 관점도 답답한데,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방안은 더 우울하게 만든다. 모든 학생이 일제식으로, 전수 평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평가를 보는 것이 학력을 신장할 방법이 될 수 있는가? 한국의 교육은 평가를 위해서 공부하는, 주객이 전도된 교육을 하고 있다. 평가는 모든 교육의 과정을 잘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하는 과정을 깡그리 무시한 채 확인하는 도구만 만지작대고 있으면, 뭐든지 다 해결된다는 발상은 말도 안 된다.

초등학교 2학년 수준으로, 학습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읽기, 쓰기, 셈하기)을 판단하는 기초학력을 측정하는 것은 표준화된 평가도구가 있어야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최소한의 학습을 하기 위한 읽기, 쓰기, 셈하기는 보통 직접 교수법으로 흔히 말하듯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 학습하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도구는 3~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학력 진단 도구를 매년 새로 만들어 학교에 보급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이 한글을 잘 읽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한글 또박또박시스템을 만드는 등 이미 이와 관련된 평가도구는 충분히 보급되고 있다. 그리고 이 정도의 기초학력 도달 여부는 담임교사가 관찰하면서 충분히 판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단 도구를 사용해도 충분하다. 교육청이 나서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요 과목(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을 잘 이수했는지 평가하는 기본학력(기초학력과 개념이 다르다)’, 소위 말하는 학력을 평가하는 도구를 하나로 정하고, 이를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시험을 보도록 하는 것은 학교를 죽이는 꼴이다. 국가 중심 교육과정과 이를 바탕으로 만든 교과서만을 가지고 교육하는 모습은 대량생산 시대의 제품을 다량으로 찍는 구시대의 꼴이다. 심지어 국가 교육과정인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교 자율 교육과정을 설정하고, 학교에서 시수를 조정하거나 과목을 융합하여 학교가 저마다 특색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교 자율 교육과정을 넘어 마치 새로운 과목처럼 학교 자체로 성취기준을 설정하고,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교사가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교과서가 아닌 다른 자료를 활용하고, 프로젝트 학습 등으로 학생이 배울 내용을 선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취기준을 달성하도록(말 그대로 학생이 주도하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다. 그러면, 학교 교육과정을 잘 배웠는지 확인하는 평가도구는 학교마다, 교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학생이 똑같은 문제로 평가를 보라고 하는 것은, 국가 교육과정부터 깡그리 무시하는 정책이다.

 

교육감 후보들이 논의했던 학력 신장에 대한 문제는, “‘기초학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인가?”, “‘학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인가?”, “입시를 잘하게 하여 대학을 잘 보내겠다는 것인가?” 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기초학력을 강화하겠다면, 지금 강원도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협력교사제, 기초학력 전담 교사제, 학습종합클리닉센터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협력교사제, 기초학력 전담 교사, 학습종합클리닉센터, 한글 문해력 향상 사업 등을 운영하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얼마나 신장하였는지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보다, 기초학력 미달을 인정하지 않고, 특수교육이나 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을 거부하는 학부모를 설득하는 방안(아니면 부모 동의 없이도 교육받도록 하는 법안 추진), 기초학력이 미달한 학생들이 공부할 마음이 갖춰질 수 있도록 가정환경과 교우관계를 원만하게 이끌 수 있는 세밀한 정책들을 논하여야 한다. “학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면, 우리 시대에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달성하는 것이 학력이라는 관점을 견지하여야 한다. 현상을 유지하며 이를 졸졸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 교육이 필요한 방향이 무엇인지 선도하는 자리, 그 자리가 교육감 아닌가? 학생이 성인이 되어 바람직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학력이 무엇인지를 보아야 한다. 대학을 잘 보내는 것이라면, 30%의 문만 열려 있는 수능 중심의 정시가 아니라, 학생의 다양한 끼와 능력을 살피는, 70%가 열려 있는 수시를 공략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과 함께 의미 있는 교육과정을 경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먼저다.

 

다음 달부터 바뀌는 강원도 교육의 수장이 평가에만 매달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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