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은 올해 3월 1일 자로 철원에 있는 강원학생통일수련원을 ‘강원평화교육원'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올 7월 보수 성향의 교육감으로 교체되면서 강원평화교육원의 이름을 이전으로 환원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꼭 이전의 이름이 아니더라도 ‘통일'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명목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명시된 용어가 ‘통일'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교육과정도 개정될뿐더러 2015 개정 교육과정에 ‘평화'도 있기 때문에 이런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여름방학 때, 도교육청에서 추진한 접경 지역 답사 연수에서 철원의 노동당사를 방문하였다. 그때 연수 강사께서는 노동당사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화제가 되었는데, 이 뮤직비디오로 젊은이들은 노동당사의 이미지가 ‘분단'의 상징보다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각인되면서 통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전환점으로 보았다. 하지만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진 1994년은, 1991년 남북이 원팀을 이루어 탁구 대회에서 우승했던 일이 아직 생생한 시기다. 다시 남북 단일팀을 만들었던 2018년의 젊은이들은 그 시기와는 확연히 다른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남북 단일팀을 만들어 남북이 하나가 되는 상징적인,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했던 기성세대와 정치인들은 ‘공정하지 못하다.’, ‘땀 흘려 얻어낸 남한 선수들의 노력을 북한 선수들이 숟가락을 얻는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젊은이들에게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꼭 ‘하나의 국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늘 시사 유튜브에 출연한 한 평론가는 “접경지대를 방문하는 학생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우리의 소원은 평화'라고 바꾸어 부른다고 한다. 평화롭고 자유롭게 동등하게 잘 살면 꼭 통일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럽에도 민족은 같으나 서로 다른 국가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당장 하나의 국가를 이루는 것보다 서로 접경지대에서 총부리를 겨누며 전쟁을 멈춘 이 불안을 해소하고 평화를 이룩하는 게 먼저다. 젊은이들은 이를 간파하고 있고, 이전 민선 교육감의 도교육청도 그래서 ‘평화'를 중심에 두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통일교육’이라 부르던 과거의 프레임을 고수하는 것이 정답일까, 새로운 시대, 세계관에 발맞추어 통일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이 맞을까? 우리가 ‘평화’와 ‘통일'을 한 묶음으로 보며 교육하고 있지만, ‘통일'을 무조건적으로 앞세우는 것이 반드시 ‘평화’가 따라오는 것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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