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이 왔습니다. 작년에는 미래교육에 대해 큰 화두를 던지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 같은 희망찬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는데, 올해는 간이 거꾸로 간 느낌입니다. 강원교육의 정권이 바뀌어서 더 그런가 하는 아쉬움, 답답함이 유독 더 큰 것 같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대의 역행은 나 개인의 직접적인 일들과는 상관이 없지만, 유독 저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근무 지역을 옮겼고, 학교 규모가 매우 작은 곳으로 갔으니 일단 적응하기부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머리로는 학교에서 하는 일들이 다 비슷하고, 학교마다 고유의 특색이 있기에 많이 익숙하지만, 몸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자연스러운 현상이 계속되었습니다. 거기에 학급의 학생은 매우 적지만 유독 까다로운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큰 학교의 다인수 학급보다 더 어려운 생활지도를 경험하기도 하였습니다. 코로나19에도 걸리고, 관사에서 119를 부르지도 못할 뻔한 아찔한 상황에도 놓였던 일도 있었고, 병원에도 여러 번 드나드는 잘잘한 사고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학교 건물에서 물난리도 나고, 화재도 날 뻔하는 등 왜 이리 안 좋은 일들은 계속 일어나는지 교장선생님도 교직생활을 하며 처음 겪는 일이라고 하실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또 같이 마무리짓기로 한 다른 네 분은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저 혼자 박사논문을 시작하지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나열하니 올해 유독 안 좋은 일들이 많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상하게 편안한 마음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지난 4년이 너무 바빴는지 올해는 여러 일들이 있었어도 마음이 느긋하게 변하는 게 저도 참 신기했습니다. 연구회 회원 한 분이 작년에는 엄청 성급해 보였는데, 올해는 엄청 느긋하다며 철원 가더니 달라졌나 보다고 신기해할 정도였습니다. 고갈된 에너지도 축적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에너지가 쌓였나 봅니다. 지난해 우여곡절이 많았던 연구학교 운영계획서를 올해 다시 다듬어 응모했더니, 정말 작은 우리 학교가 연구학교에 선정되었습니다! 아, 내년에 또 연구업무를 하게 되었군요. 4학급이라 다른 업무도 같이 해야 하니 이거 또 에너지 고갈이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박사논문은 어떡하죠?
그러나 5년 전과 다르게, 올해는 무리하지 않고, 방황하지 않고, 겁먹지 않고 여유 있게, 방향 있게, 용기 있게 운영해 보고자 합니다. 한 번 해 본 건데, 못할게 뭐 있을까요? 다만, 박사학위논문을 미리 내실 있게 쓰는 게 먼저겠지요. 두 개의 큰 산이 놓여 있지만, 다시 힘을 내 보고자 합니다.
힘들고 슬프고 우울했던 2022년,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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