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새 잠잠하다 최근 몇 개월 전부터, 강원도에서는 고교 평준화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커지기 시작하였다. 강원교육연대는 수시로 농성집회를 열어, 강원지역 고교 평준화 정책을 2007년까지 조속히 도입하라고 촉구하고, 최근 몇 주 전에는 강원도교육감과의 대면을 갖는 등 이전 같지 않게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강원도의 고교 평준화 지역은 지난 1979년에 춘천, 1980년 원주 두 곳에서만 고교 평준화가 실시되었다가 1991년 두 지역 모두 다시 비평준화로 전환되었다. 그러다 2000년에는 내신+고입시험 방식에서 내신 만으로 선발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이에 여러 차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등의 진보적 교육단체에서 고교 평준화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지만, 강원도교육청은 고교 평준화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2003년, 강원도교육청은 다시 내신+고입시험 방식으로 되돌리려 하였으나, 전교조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최근 노무현 정권은 2008년 내신이 상대평가로 전환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여 대학입시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에 강원 지역에서는 고교 평준화를 실시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 되었다. 이러한 여론에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5월에 밝힌 로드맵(Road-Map)에서 2006년 10월에 고교평준화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하여, 만약 실시하게 된다면 2008년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고교평준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는 것이다. 반면 강원교육연대 등 진보적 교육단체는 고입정책이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며, 원주, 춘천, 강릉지역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2008년은 너무 늦으므로 2007년까지 평준화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계속 열고 있다.  

 고교 평준화에 찬성을 하는 쪽에서는 현행 고입제도가 또 다른 계층을 만들어 위화감을 조성하고, 나아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재 고등학교 입시제도는 일명 ‘고입 과외’를 더욱 더 팽창시켰기 때문에, 이러한 고입 사교육 거품도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노무현 정권이 고등학교 내신을 9등급제의 상대평가로 변경하면서, 오히려 공부를 더 잘하여 명문고에 들어간 학생이 다른 학교 학생보다 내신이 불리하게 되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고교 평준화 정책을 실시하자는 주장은 더욱더 힘을 얻고 있다. 반면 고교 평준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고교 평준화를 실시함으로 인해서 고입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몰라도, 대입 사교육비는 더욱더 팽창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한다. 또한 농어촌 소외지역에서의 유능한 학생들이 명문고에 진학하여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는 길을 차단하게 된다고 말한다. 오히려 예전의 내신+고입시험 체제로 전환하여, 현행 입시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팽팽한 논란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고교 평준화를 실현하자, 현행 고입정책을 고수하자는 고리타분한 논쟁보다는 현재 우리 교육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현재 고등학교 2,3학년이 적용받고 있는 현행 대학교 입시 제도를 보면, 대입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고등학교 내신은 정시에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학교가 입시에 직접적으로 주는 영향이 약하게 되므로, 다른 간접적인 요인들 (즉, 학교 분위기, 학교 사회적 평가 등)을 고려해 볼 때, 고교 평준화가 실시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학교 내신이 9등급제의 상대평가로 점수가 매겨지게 되었고, 수능도 점수를 표기하지 않고 등급제로 표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오히려 수능이 상대적으로 대학입시에 당락을 결정짓기 어려워졌고, 내신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의 고입정책을 유지하게 된다면, 명문고를 재학하는 중상위권학생들 보다, 다른 학교의 상위권 학생들이 오히려 더 나은 내신 점수를 얻게 된다. 결국 대학에 진학하는 데에도 희비가 엇갈리게 될 것이다. 즉, 학교가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커지게 되어 고교 평준화를 실시하는 것이 학생에게 더욱 합리적인 정책이 되는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라 하는 옛말처럼 교육정책은 그만큼 중요하며, 나라의 국운을 바꿀 정도로 파급도 크다. 이렇게 중요한 교육정책을 세워야 함에 있어, 정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정부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입시정책을 ‘삼겹살 뒤집듯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중앙정부에서는 이렇게 수시로 정책을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교육정책은 거기에 맞게 바꾸지 않고, 그냥 멍하기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지역 학생들에게 손해일뿐더러, 지역 발전에도 상당한 장애가 될 것이다. 우선 중앙정부가 근본적으로 교육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명분을 떠나, 현재의 교육정책에서 어떤 것이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좀 더 나은 환경이 되는지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러면 현재의 고교입시체제이든, 평준화 정책이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현실을 살아가는 데 더 현명하지 않을까?

※ 우리말과 글쓰기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