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喜噫希

인상 깊었던 강사의 말

  오늘은 내가 벼르고 벼려서 박용현씨와 같이 듣는다는 "서양문화의 이해"라는 과목을 듣는 날이다. 오늘은 비가 오는 바람에 2500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택시를 타고 왔으나, 학교에 내리고 나서 우산을 펴들려고 했더니, 우산이 망가졌다. 왜 교대에만 가면 이런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건지.. 어쨌든 오늘 그 강사분은 내 이성을 내리 꽂도록 공감가는 말을 늘어놓았다.

  이 강사의 약력을 수업시간에 들은 근거에 의해 잠깐 말하자면 강원중학교를 나와 "뺑뺑이"로 성수고를 졸업했고, 강원대 화학과를 졸업하여, 석사과정으로는 서양사, 박사과정으로는 과학철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현재는 강원대 사학과 소속이고, 춘천교대, 강원대, 한양대 등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강남에서 '핀셋과 족집게'라는 이름으로 몇 명이 모여 그룹과외를 한다고 한다.


01 춘천교대 나왔다고 무시 받는 것은 잘못된 세상이지..
내 생각에는 '무시 받는 것은' 이후로 말을 머뭇 거리는 걸로 보아 '이 사회에서는 춘천교대 나오면 무시 당한다' 라는 말을 하려다가 차마 입에 떼지 못하고, 말을 돌려 말하신 것으로 보인다. 아무렴 어떠냐.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상당히 공감가는 말이거늘..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대한민국의 현실이요, 사실이거니..

02 술자리에서 춘고 욕하다가는 얻어맞는다
이 말씀을 하신 이유인 즉, 술자리에서 춘고 욕하면 주위에서 다 들고 일어난다고 한다. 주위에 거의 대부분이 춘고출신들이기 때문이라지.. 주위에서는 깔깔깔 대고 웃었으나 - 대부분 여자이기도 했고, 남자라 하더라도 춘고는 나와 박용현씨 뿐이며, 박용현씨는 맨날 자고만 있으니 - 나 하나에게는 "참 힘들게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게 하는 발언이 되었다. 강사는 춘고 나온 사람들한테는 미안해요 라고 말했으나, 정작 진짜 춘고 출신인 내 쪽은 쳐다보지 않았다. 물론 몰라서 그랬겠지만. 하지만 거기서 느끼는 아이러니는 나에게는 살벌했다.

03 제대로 차별 받고 살았어요. 춘고 나오지 못했다는 걸로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말하셨다. 제대로 Apply하지 못했었다라는 말을 곁들여 가시면서.. 앞과 거의 비슷한 맥락의 말이라, 다른 사람들은 조용했다 - 물론, 좀 심각한 발언이기는 하다 - 그리고 그 때 나는 그 발언이 내 골을 때렸다. 누가 때리지도 않았는데, 정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 정도로 머리를 때렸다. 이런 느낌 처음이었다. 아, 춘고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 많이 힘들긴 힘들구나라는 생각에, 춘고를 나온 나로서도 가슴이 아려온다.


[학연] 정말 무서운 존재다. 춘천이 또 유별나가 춘고출신 아니면 사죽을 못쓰는 지역인지라, 더더욱 그런 듯 싶다. 이 강사는 성수고등학교를 나왔어도, 박사과정까지 다 밟은 것을 보면, 뺑뺑이가 아니었으면 춘고를 졸업했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인데, 그 뺑뺑이 때문에, 자신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학연 때문에 막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학연은 뿌리 뽑아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춘고라는 기득권, 명문대라는 기득권.. - 문득 교대 면접을 볼 때가 생각난다. 교수가 나를 처음 대면하자마자 던지는 질문, "자네 춘고 출신인가?". 아마 그 교수가 춘고 출신의 교수인 거 같았고, 그래서 춘천교대에 합격하게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 하지만, 나는 춘고를 좋아한다. -

 서양문화의 이해를 이해하는 것보다 오히려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