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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의 역할 "그래도 아이들은 사교육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거." 요즘 듣는 대학원 교육사회학 강사가 한 말이다. 토론시간에 내가 손을 들고, '사교육의 팽창으로 인한 공교육의 폐해도 문제이지만, 부모의 돌봄조차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하는 게, 지금 공교육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라는 말의 답변이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거의 매주 강사가 반복하는 이 한 마디는, 공교육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서러울 뿐만 아니라, 공교육에 몸 담고 싶어하는 수강생들에게도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 사교육이 팽창하고 있다는 논리에는, 공교육이 사교육의 모습을 따라해야 한다는 저변이 깔려있다. 1:1 개인지도가 가능하고, 수업에 대해 더 질이 높고, .. 더보기
법원이 사람잡네 바로 이틀 전, 조금씩 뛰어보자 다짐했건만, 입학식이 끝나고 수업에 들어가기 시작하는데도 여전히 수업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학생 교육에 모든 시간을 쏟아도 모자를 판인데 계속 다른 일에 치여 본질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말 못할 상황이란... 그렇게 학교에서 일이 어느정도 수습되고, "오늘은 꼭 집에서 수업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으로 들어왔더니 책상에 부재중이라 우편물을 주지 못해 붙어있는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대수롭지 않게 "뭐가 왔다더라."하셨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나에게 온 우편물의 종류는 '법원등기'였다. 법......원......등.......기.....................!!!!!!!!!!!!!!!!!!... 순간 머리가 하얘지며 온 몸이 긴장이 되기.. 더보기
'6학년'에게 세 번 차인 녀석. 이렇게 특이한 '경력'을 가진 교사 또 있을까? 3년째 6학년 담임 1지망. 올해도 또 까였다. 괜스레 학교에서 할 말 다하고 살아서 인사자문위원이 되더니, 사람의 일을 다루는 위원인지라 내가 짐을 짊어져야 했다. 그렇게 전담 안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두 번째 전담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 방송업무를 맡았다. 누구는 6학년 하기 싫은데도 계속 떠 맡는 반면, 누구는 6학년 하고 싶은데도 도무지 주지를 않는다. 그래서 업무분장 발표가 난 후, 시간 외 근무까지 써가며 입학식 행사준비를 하고 있고, 학교 홈페이지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가 오랜만에 끄적여본다. 이제 횟수로는 7년차, 실경력 5년차이건만, 4학년 담임 2년 반, 5학년 담임 1년, 전담 2년. 누구는 팔자 늘어진 행운아라고 생각하겠지만, .. 더보기
교사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때, 읽으면 좋은 책 교단에 발을 들여놓은 지 이제 6년에 접어들지만, 실제 군 복무로 한 4년 남짓 교단에 서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해 나갈 수업시간이 더 많지만, 그래도 수업을 한 시간을 생각해보면 3000시간 이상은 하지 않았을까 한다. 3000시간이면 정말 적지 않은 시간들인데, 나는 어떻게 수업을 해 나갔을까? 단순히 학생들에게 해 보게 하고, 알려주는 것에 있어서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렸을까? ‘수업 연구’랍시고 다른 이들 앞에서 보여주는 수업에는 정녕 주인공인 학생들은 존재했던 걸까?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수업이 밀리고, 또 학생이 안 따라줘 버겁다며 그냥 넘어가버리는 등 정작 교사가 제일 고민하고 신경 써야 할 수업은 이런 저런 이유로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공개 수업 때에도 진지한 성찰이.. 더보기
사명감 날이 더워져 밤에도 창문을 열어 놓을 때가 되었다. 해가 넘어 밤에도 처음 창문을 열 때 즈음이면, 창문 너머 밤꽃향기가 슬며시 들어온다. 비린내 같아 싫어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그래도 꽃 향기인지라 들어오는 향은 나에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밤꽃 향기가 나면 되레 상쾌한 느낌과 함께 되레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기분이 든다. 4년 전 오늘, 군 입대를 한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군 입대 할 때의 긴장이 살아나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보다는 오히려 군에서 겪었던 소중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군 입대 전까지 내가 겪어온 세상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느껴왔지만, 군대라는 새롭고 낯선, 군대에 들어가는 나에게 주위 사람들이 걱정하듯 ‘절망적일 수 있는’ 곳에서 배운 것들은.. 더보기
사려 깊은 선생님 오늘 우연찮게 두 가지 대조되는 장면을 보고 듣게 되었다. #1. 아침에 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있는데 몇몇 여학생들이 A선생님께 와서는 오늘 실과시간에 요리를 두 가지를 만들면 안 되냐고 물어보았다. A선생님은 "안 돼. 한 가지만 해야 해."라고 답을 했지만 학생들은 두 개 이상 만들면 안 되냐며 몇 분 이상을 졸랐다. A선생님은 다른 학생들과 훈련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들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였다. 항상 학생들에게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어린이들도 마치 친구처럼 옆에서 선생님에게 다가가니 학생들이 자기가 하고 싶으면 선생님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계속 그렇게 하겠다고 우기기만 하는 것이다. 분명 사전에 규칙을 정해놓았는데도 말이다. #2. 오후에 교사동아리 모임이 있었다. 아직 교직경력이 .. 더보기
돈 많이 벌 수 있는(?) ‘관찰의 힘’ 사실 이 책은 본인에게 적용하기엔 괴리가 매우 크다. 경제와 관련된 직종이 아니기 때문인 것이 주된 이유겠지만 제목이 ‘관찰의 힘’이라기에 경제 관련 서적이더라도 교육현장에 적용할 부분이 클 것이라 생각했다. 어린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방법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평소에 파악하기 어려웠던 숨은 내면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적용해도 될만한 내용이 없었다. 직접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내용을 통해 교육에 반추하려 해도 그 거리는 매우 멀었다. 생각건대 경제는 인간의 본능에 기반한 행동을 파악하여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이익을 창출하는 분야다. 따라서 ‘본능에 기반한 행동’을 이용하는 것이다. 교육분야에서 논하는 ‘행동의 변화’와는 전혀 다른 관점인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 더보기
나 자신에게 안녕 못한 2013년 연말에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번졌습니다. (본인은 나름 소통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소통을 하지 않는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학생, 시민들의 메시지가 SNS를 통해 많이 전파되었습니다. 저도 역시 그들처럼 ‘안녕하지 못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시국에 대한 안타까운 안녕하지 못함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제 개인적인 일 년에 대한 안녕하지 못함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날이 갈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는 하는데 2013년은 유독 지나갔는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2012년에서 계속 멈춘 느낌입니다. 대선 전후 불거진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으로 2013년 내내 뉴스를 장식했던 것도 시간이 멈춘 느낌을 주었지만, 저 개인적으로 시간이 멈춰 서 있던 1년이었습니다. 올해 3년 만에 담임교사를 맡았습니다. 1년.. 더보기